
경기도가 2월 11일부터 3월 10일까지 도내 8개 시·군을 대상으로 ‘평화경제특구’ 후보지 공개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모는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이 아니다.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수십 년간 감내해 온 안보 부담과 구조적 제약에 대해,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정책적 분기점이다. 이 질문 앞에서 포천은 더 이상 뒤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포천은 법적으로 수도권에 속해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각종 규제는 예외 없이 적용돼 왔다. 그러나 산업 인프라, 인구 유입, 재정 여건, 도시 기능 어느 하나 수도권다운 혜택을 온전히 누려본 적은 없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사격장과 훈련장, 반복되는 소음과 진동, 출입 통제와 토지 이용 제한은 포천 시민의 일상이었다.
국가는 안보를 이유로 포천의 발전 가능성을 제약해 왔고, 포천은 그 제약을 오랜 시간 감내해 왔다. 이제는 분명히 짚어야 한다. 안보를 위해 희생이 요구되었다면, 그에 대한 보상 역시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같은 접경지역으로 분류되고, 이번 평화경제특구 후보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고양·파주·김포·양주와 포천의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이들 도시는 이미 자족 기능을 갖춘 성장 궤도에 올라섰고, 산업과 인구, 도시 인프라 면에서 포천과는 다른 단계에 도달해 있다.
접경이라는 행정적 분류만으로 모든 지역을 동일선상에 놓고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형평이 아니다. 국가 전략사업은 가장 절실한 곳에 우선 배치되어야 하며, 평화경제특구 역시 그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평화경제특구 지정과 관련해서는, 현재 우리 시가 유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기회발전특구와의 정책적 연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이전과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감면, 재정 지원, 규제 특례,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로, 우리 시 역시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지속적인 준비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기회발전특구와 평화경제특구가 함께 지정된다면, 정책 효과는 단순한 합이 아니라 상호 증폭되는 시너지로 나타날 수 있다.
평화경제특구가 접경지역의 안보·평화·경제를 결합한 국가 전략 공간을 제시하는 제도라면, 기회발전특구는 그 공간 안으로 기업과 자본을 실제로 유입시키는 강력한 실행 장치가 된다.
두 특구가 결합될 경우, 포천은 국가 전략사업의 실증과 사업화, 산업 집적과 일자리 창출이 동시에 이뤄지는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는 접경지역 정책이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포천은 이미 군사·안보 인프라가 도시 전반에 내재된 지역이다. 이를 규제의 대상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방위산업과 안보 기술, 드론·로봇, 재난·안전 분야 등 첨단 산업의 실증과 제조, 인력 양성이 집적되는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평화경제특구의 정책적 틀과 기회발전특구의 투자 유인책이 함께 작동한다면, 접경지역의 구조적 한계를 기회로 전환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포천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수도권 과밀 해소와 접경지역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합리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한편 경기도는 이번 평화경제특구 후보지 선정 이후, 그 결과를 토대로 ‘경기도 평화경제특구 개발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 연구용역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접경지역이 실제로 겪어온 제약과 희생, 그리고 각 지역이 가진 잠재력을 어떻게 정책 패키지로 묶어 투자와 일자리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도가 되어야 한다. 특히 포천은 수도권 규제와 안보 제약이 중첩된 지역인 만큼, 이 현실이 초기 단계부터 충실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평화경제특구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포천시의회 의장으로서, 평화경제특구 유치를 위한 노력에 어떠한 역할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책적 논의와 공론화가 요구된다면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집행부 역시 이번 공모 대응을 단순한 형식적 신청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평화경제특구와 기회발전특구의 연계를 포함해, 포천이 무엇을 할 수 있고 국가가 무엇을 얻게 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전략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포천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평화경제특구는 먼 미래의 구상이 아니라, 지금 반드시 잡아야 할 현재의 기회다. 국가가 안보를 이유로 포천의 발전을 제약해 왔다면, 이제 국가는 정책으로 그 책임을 응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응답은 선언이 아니라 지정이어야 한다. 평화와 기회가 결합될 도시, 포천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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