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계엄과 노곡리 오폭의 상처 딛고 '회복' 선언
- "속도보다 방향... 지난 시간 묵묵히 밭 갈아왔다"
- 단순 덕담 넘어선 '정치적 출사표', 지역 정가 술렁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아침, 포천 청성산 기슭에는 여전히 지난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유난히 시렸던 2025년의 겨울을 보낸 탓일까. 박윤국 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 지역위원장이 내놓은 신년사는 단순한 의례적 덕담이 아닌, 비장한 '선전포고'에 가까웠다.
박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 2025년을 "한순간도 숨 고를 틈을 허락하지 않았던 야만의 시간"으로 규정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재작년 우리나라를 할퀴고 간 12·3 계엄 사태의 정치적 충격, 그리고 이동면 노곡리 오폭 사고와 연이은 수해라는 '삼중고(三重苦)'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 "노곡리의 눈물, 잊지 않겠다"... 상처받은 공동체 위로
박 위원장은 신년사 서두에서 지난해 포천·가평이 겪은 비극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특히 이동면 노곡리 오폭 사고와 두 차례의 국가재난지역 선포를 언급할 때는 "뼈아픈 시간"이라며 통탄했다. 이는 단순한 재난 나열이 아니다. 행정의 부재와 국가 시스템의 마비 속에서 각자도생해야 했던 지역 주민들의 분노를 정확히 조준한 것이다.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시민이었다"며 공을 주민들에게 돌렸다. 중앙 정치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수해 현장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이웃을 구한 것은 결국 평범한 이웃들이었다는 '연대의 힘'을 강조한 대목이다.
◇ "나는 밭을 가는 농부"... 2026년 승부수 띄우나
주목할 부분은 그가 자신을 "밭을 가는 농부"에 비유한 지점이다. 박 위원장은 "보이지 않는 땅을 갈고 씨앗을 심으며 언젠가 올 계절을 묵묵히 기다려왔다"고 고백했다.
이는 지난 총선 이후 원외에서 겪어야 했던 인고의 시간을 우회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총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바닥 민심을 다져왔음을 시사한다. 그는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 시민의 삶 속에서 열매 맺을 변화"를 언급하며, 현 지자체의 보여주기식 행정을 꼬집는 듯한 날 선 비판도 잊지 않았다.
◇ '선택'과 '혁명'... 2026년은 심판의 해
신년사의 백미는 2026년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다. 박 위원장은 올해를 "선택의 해이자,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할 혁명의 해"라고 못 박았다. '혁명'이라는 다소 과격한 단어를 선택한 것은, 현재의 포천·가평 상황을 그만큼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지켜왔는지 되물어야 한다"며 지역 유권자들에게 냉철한 판단을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다가오는 선거 국면에서 국힘 세력에 대한 심판론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 박윤국의 '혁명', 분노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해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신년사 홍수 속에서 박윤국의 메시지가 유독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현장성' 때문이다. 그의 글에는 여의도 문법이 아닌, 포천 이동면의 화약 냄새와 가평 수해 현장의 습기가 배어 있다.
지난해 우리는 무력했다. 하늘에서 포탄이 떨어지고, 빗물이 집을 삼키는 동안 정치는 실종됐었다. 박 위원장은 그 '실종된 정치'의 복원을 2026년의 과제로 던졌다. 그가 말한 '혁명'이 단순히 정치적 수사를 넘어, 소멸 위기에 처한 경기 북부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그의 말처럼, 이제 포천·가평 시민들은 속도전이 아닌 '방향타'를 쥔 리더를 갈망하고 있다. 농부의 기다림이 풍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흉작으로 남을지. 2026년, 시민들의 선택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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