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고통, 손등뼈 부러져도 노동 강요 포천 공장 사례, 산재 신청조차 막혀
- 양상현 기자 기자
- 입력 2025.05.22 15:49
- 조회수 1,720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포천 공장 사례, 산재 신청조차 막혀…“현대판 노예”라는 절규
경기도 포천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가이한(가명, 20대) 씨는 지난 3개월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E-9 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합법적으로 일하던 그는 작업 중 왼쪽 손등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현재 깁스를 한 채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통증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고통은 부상 자체보다, 치료 중에도 일을 강요하는 사업주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가이한 씨는 사고 직후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신청을 시도했지만, 사업주의 강력한 반대로 좌절됐다. 산재 신청은 노동자의 권리임에도, 현장에서 사업주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가이한 씨는 “사장이 신청을 하면 큰 문제가 될 거라고 겁을 줬다”며 “반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부상 상태에서도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뼈가 붙지 않아 손을 움직일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온다”며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인데도 사장은 욕설과 협박을 하며 나를 공장으로 내몬다”고 말했다.
사업주는 심지어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출국시켜 버리겠다”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가이한 씨는 눈물을 흘리며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매일같이 협박이 이어진다”고 호소했다.
가이한 씨는 현재 한 이주노동자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노동부에 신고조차 망설이고 있다. 고용 연장을 위해 곧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고를 하면 보복이 두렵다. 비자를 연장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깊은 좌절감을 드러냈다.
이주노동자 지원센터 관계자는 이번 사례가 단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권력 아래에서 사실상 ‘현대판 노예’와 다름없는 처우를 받고 있다”며 “취업비자 제도 자체가 노동자를 사업주에 종속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 사회의 노동 환경이 얼마나 불균형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주노동자 약 150만 명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 중 다수는 열악한 조건과 부당한 대우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지방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산재 신청, 임금 체불, 강제 노동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가이한 씨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한국 사회의 노동 체계와 이주노동자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이주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요원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노사 공동결정제도 도입 등 체제 변화를 통해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가이한 씨는 여전히 공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는 “나는 단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이런 대우를 받으며 일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비참하다”고 토로했다. 그의 목소리는 한국 사회가 외면해 온 노동자의 고통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BEST 뉴스
-
[끝까지 판다] 다 해놓고 이제 와 공법 바꾸자?…가평 소각장 ‘뒤늦은 열분해론’ 저의는
4년간 주민을 설득해 입지를 정하고, KDI 검토를 거쳐 제3자 제안공고와 업체 평가 단계까지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소각 방식을 바꾸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왜 하필 지금인가. 가평군이 추진하고 있는 하루 85톤 규모 자원회수시설을 둘러싸고 최근 일부 주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존 스토커 방식에 문제를 제... -
1,500번 겹친 입찰…가평군, 이제는 ‘입찰제한 여부’ 정식 조사하라
가평을 거점으로 앞에서는 언론사, 뒤로는 용역이란 이름으로 활동해 온 A·B사를 둘러싼 공공입찰 의혹은 더 이상 단순한 ‘업체 간 경쟁’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본보가 네 차례에 걸쳐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두 업체는 동일 건물·동일 층에 주소를 두고 부부와 자녀가 대표·감사 ... -
[끝까지 판다 ⓶] 군민 반발에 철회한 새마을 회의수당…1년 만에 또 군민 혈세로 지급하나
군민들의 반발로 철회했던 새마을회 회의수당이 불과 1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가평군이 새마을회 회원 274명에게 연간 1억960만 원의 회의수당을 지급하려다 특혜 논란에 휩싸였던 바로 그 사안이다. 당시 새마을회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스스로 철회 공문을 제출했다. 그런데 최근 가평... -
[끝가지 판다 ⓵]어려운 이웃 준다던 김치, 어디로 갔나…가평 새마을회 '김장 봉사'의 불편한 진실
김치는 담갔다. 그런데 그 김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경기 가평군 새마을회(지회장 손종기)가 해마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개최해 온 김장행사를 둘러싼 의문이다. 김장김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홍보됐다. 그러나 정작 그 김치가 누구에게 얼마나 전달됐는지를 둘러싼... -
가평 85톤 소각장, 스토커냐 열분해냐…수백억 선택 ‘20년 운영비’ 따져야
가평군이 하루 85톤 규모의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을 계획하면서 어떤 처리방식을 선택할지가 향후 수십 년간 운영비와 재정부담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성남시 쓰레기 소각시설 가평군의 주민등록인구는 약 6만명 수준이지만 수도권 대표 관광지라는 지역 특... -
[끝까지 판다] 가평 새마을회, 15억 빚 6년째 원금 ‘0원 상환’ 의혹…남의 빚 갚아주고 군민 혈세는 또 받나
가평군 새마을회가 남의 빚을 대신 갚으려고 15억 원을 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6년이 지나도록 대출 원금은 한 푼도 갚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런데도 매년 억대 임대수익을 올리고 군으로부터 수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경기 가평군 새마을회의 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