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타 대상 사업 선정... 접경지역 '남북 4축 고속도로'의 마지막 퍼즐
"서울까지 가는 데 90분이 걸리는 지역에 누가 오려 하겠습니까? 고속도로는 우리 지역의 생존 문제입니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에 사는 박진호(58) 씨는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철원 주민들에게 포천~철원 고속도로는 단순한 도로가 아닌 지역 발전의 핵심 축이다.
이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생산유발효과만 1조 7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연구원 장진영 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포천~철원 고속도로의 생산유발효과는 1.7조원' 정책톡톡에 따르면, 이 고속도로 건설 시 부가가치유발효과 7,100억 원, 고용유발효과 1만 2천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고속도로 서비스 음영지역 완화, 주민 생활권에 부합하는 교통망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이 예상된다.
◇수도권-접경지역 잇는 마지막 퍼즐
포천~철원 고속도로는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년)에 반영된 국가 전략사업이다.
수도권과 접경지를 직접 연결하는 '남북 4축 고속도로'의 마지막 퍼즐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으로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 포천과 강원 철원군 동송읍을 잇는 이 도로는 총길이 40.4km, 사업비 1조 9,433억 원 규모다. 오는 6월부터 KDI 주관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해 1년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철원군 이현종 군수는 "포천~철원 고속도로는 우리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라며 "예타 통과를 위해 군민들과 함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1시간이면 서울 간다"... 교통 혁명 기대
현재 철원을 방문하려면 포천의 신북IC에서 43번 국도로 진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특히 철원 주민들 중 고속도로 IC 30분 이내 접근 가능 인구 비율이 약 15%에 불과해 교통 소외 지역으로 꼽힌다.
포천~철원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철원군청에서 동서울 터미널까지 현재 90분에서 55분으로 단축된다. 포천에서 철원까지는 50분에서 15분으로 35분가량 줄어든다.
"아이들이 학원 가려면 포천까지 나가야 하는데, 왕복 2시간이 걸려요. 고속도로가 생기면 생활권이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철원군 갈말읍에 사는 김미영(42) 씨의 말이다.
철원군은 최근 포천~철원 고속도로 사업의 예비타당성 통과 및 조기 착공을 염원하는 주민들의 건의문을 들고 강원도를 찾기도 했다. 그만큼 지역 주민들의 열망이 크다는 방증이다.
◇관광·산업 시너지 효과 기대
장진영 연구위원은 "포천~철원 고속도로 건설 시, 고석정, 주상절리길 등 다양한 관광지와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며 "추후 노선이 철원군으로 더 연장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별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철원은 DMZ 생태관광, 평화관광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접근성 문제로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고속도로 건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강원도 관광개발 관계자는 "철원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DMZ 관광의 핵심 거점"이라며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당일 관광이 가능해져 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철원군 관계자는 "물류비 절감으로 기업 유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특히 농산물 유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원은 쌀, 감자 등 농산물 생산지로 유명하지만, 물류비 부담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속도로 건설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예타 통과가 관건... "지역 균형발전 고려해야"
포천~철원 고속도로의 성패는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인구가 적은 접경지역 특성상 경제성(B/C) 확보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예타 과정에서 경제성뿐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 국방 안보 등 정책적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며 "도로가 없어 발전이 안 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연구위원도 "접경지역은 국가안보를 위해 개발이 제한된 지역으로, 일반적인 경제성 논리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포천~철원 고속도로는 단순한 도로 건설을 넘어 소외된 접경지역의 발전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조 7천억 원의 생산유발효과는 숫자 이상의 가치를 지역에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시작되는 6월, 철원 주민들의 기대와 염원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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