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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①] 단풍인 줄 알았더니 죽어가는 숲…소나무 재선충병, 대한민국 산림이 신음한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10.03 13:13
  • 조회수 38,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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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라 죽은 나무, 강풍에 쓰러지고 산불 땐 거대한 장작…주민 안전까지 위협
  • 피해목 제거해도 확산 막기 역부족…산림당국의 방제 실효성과 사후관리 도마
  • 46번 경춘국도 따라 춘천 가는 길…북한강 양쪽 산림 곳곳이 붉은 고사목으로 변해
  • 가평·춘천·홍천까지 번지는 재선충병…소나무·잣나무 숲의 생태계 위협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46번 경춘국도를 따라 춘천으로 향하는 길.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 산자락이 붉게 물들어 있다. 언뜻 보면 가을 단풍이 절정을 맞은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다. 푸르러야 할 소나무와 잣나무가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단풍이 아니다. 소나무 재선충병이 남긴 상처다.

보납산 재선충2.JPG

'가평군민의 수호신 같은 보납산도 재선충을 피하지 못했다.[드론 정연수 기자]

 

가평에서 춘천으로 이어지는 북한강 주변의 산림 곳곳에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푸른 숲 사이로 붉게 변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부 산자락은 고사목이 밀집해 마치 숲 전체가 병들어 가는 듯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 가평군을 비롯해 강원 춘천시와 홍천군 등에서도 재선충병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산한 재선충병은 이제 산림 생태계뿐 아니라 주민의 생명과 재산까지 위협하는 재난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선충 줄길리5.JPG

가평과 춘천시 경계 줄길리 마을, 재선충으로 잣나무가 고사해 마치 단풍처럼 보인다.[드론/정연수 기자]

 

푸른 숲은 어디로 갔나…소나무와 잣나무의 집단 고사

 

소나무 재선충병은 크기 1㎜ 안팎의 재선충이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을 통해 나무에 침입하면서 발생한다. 재선충이 나무 내부에서 증식하면 수분 이동에 장애가 생기고, 감염된 나무는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붉게 마르면서 고사할 수 있다. 일단 발병해 증상이 진행된 나무를 회복시키기는 사실상 어렵다.

재선충1.JPG

소나무뿐 아니라 잣나무에도 피해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가평과 춘천, 홍천 등 잣나무 숲이 분포한 지역의 우려는 더욱 크다. 한때 사계절 푸른 산림을 자랑하던 산자락에는 이제 죽은 나무들이 흉물스럽게 서 있다. 나무의 잎과 가지가 말라가면서 숲은 본래의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감염목 한 그루의 문제가 주변 산림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매개충이 이동하면서 다른 나무에 재선충을 옮길 수 있어 감염목 제거와 매개충 방제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가 확산할 우려가 있다.

 

죽은 나무가 또 다른 재난으로…산불·강풍·산사태 우려

 

재선충병이 휩쓸고 간 산림의 문제는 나무가 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사한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지와 줄기가 약해지고 강풍이나 폭설에 부러지거나 쓰러질 위험이 커진다. 주택이나 도로, 전력선과 인접한 산림에서는 더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말라 죽은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선을 건드릴 경우 정전이나 전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선충 강촌역인근2.JPG

춘천시 남산면 강촌역 인근 재선충 피해지역.[드론/정연수 기자]

 

경사가 급한 산지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뿌리가 부패하고 토양을 붙잡는 힘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산불이다. 잎과 가지가 바싹 마른 고사목이 산림에 밀집해 있으면 산불 발생 시 불길을 키우는 연료가 될 수 있다. 특히 강풍이 부는 날에는 불길이 주변 산림과 민가로 번질 위험이 커진다. 재선충병으로 죽은 나무가 단순한 산림 피해를 넘어 주민 안전과 직결되는 이유다.

 

베어도 문제, 방치해도 문제…방제 현장의 딜레마

 

재선충병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감염목을 신속하게 찾아내고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방제 현장에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산림 면적이 넓은 데다 산세가 험한 지역에서는 장비와 인력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 사유림의 경우에도 소유자 확인과 관련 법령에 따른 방제 절차가 필요하다.

 

피해목을 벌채한 뒤에도 문제가 남는다. 재선충병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목과 감염 우려목의 이동은 법령에 따라 제한된다. 현장에서는 벌채한 나무를 파쇄하거나 훈증하는 등의 방법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벌채목을 산림에 장기간 쌓아둘 경우 산불 위험을 고려한 관리가 필요하다. 훈증 처리된 나무 역시 산불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감염목을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제거한 나무를 어떻게 처리하고 관리할 것인지까지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전국으로 번진 재선충병…숫자보다 심각한 산림의 변화

 

재선충병은 이미 전국적인 산림 문제다. 산림청의 방제 실적과 피해 현황이 발표되고 있지만, 해마다 새롭게 발생하는 감염목과 기존 고사목을 관리하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가평과 춘천, 홍천처럼 소나무와 잣나무가 넓게 분포한 지역에서는 피해가 산림 경관의 훼손에 그치지 않는다.

재선충 태안군남면 해풍을 마가주던 소나무.JPG

충남 태안군 남면...해풍을 막아주던 소나무가 재선충에 병들어 수종 변경이 진행중이다.[출처/KBS]

 

숲은 관광자원이자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이며, 산림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재선충병으로 나무가 집단 고사하면 산림의 생태적 기능과 경관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방제사업이 단순히 감염목을 몇 그루 제거했는지를 보여주는 실적 중심으로 운영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신규 감염을 얼마나 차단했는지, 방제한 지역에서 재발이 발생했는지, 고사목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특히 주민 생활권과 인접한 산림은 일반 산림과 구분해 위험목 제거와 산불 예방 대책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풍이 아닌 죽음의 색…산림당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46번 경춘국도를 따라 펼쳐진 북한강의 산림은 수도권과 강원도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자연경관이다.

그러나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가 누렇게 말라가는 모습은 더 이상 일부 산자락에서만 나타나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재선충 경춘국도 춘천시 강촌인근.JPG

46호 경춘국도 춘천 강촌역 건너의  잣나무도 재선충으로 고사.[드론/정연수 기자]

 

재선충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정확한 피해 조사와 감염목의 적기 제거, 매개충 방제, 벌채목 사후관리까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 피해 현황과 방제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산림 보전과 주민 안전을 별개의 문제로 다뤄서는 안 된다. 도로와 주택, 전력시설 주변의 위험목을 우선 관리하고 산불 취약지역에 대한 예방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

 

산림이 병들어 가는 속도보다 방제와 복원이 늦어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주민과 미래 세대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죽어가는 것은 나무 한 그루가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자라난 숲이며,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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