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36억 수해복구 맡고, 현장사무실은 ‘노인회관’…발주처·감리단은 알고 있었나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9.17 13:32
  • 조회수 30,208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직영’ 실체 논란 이어 현장운영까지 의문
-A사 “이장이 사용하라고 했다”…이장 “마을회의 거쳐 무료로 빌려줘”

-공사기간 2년인데 별도 사무실 없이 공유재산 한 달 가까이 사용

-군 사회복지과 “처음 알았다…사실 확인되면 조치”

승인라ㅣ.jpg

A 건설사가 현장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가평읍 승안2리 노인회관.[사진/정연수 기자]

 

36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가평군 승안천 수해복구 2공구를 맡은 화성시 소재 A사가 별도의 현장사무실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가평군 공유재산인 마을 노인회관을 한 달 가까이 사실상 공사사무실로 사용해 온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공사기간이 2년에 달하는 대규모 재해복구사업인데도 자체 현장사무실 없이 노인들의 공간을 공사업무에 사용한 것이다. 더욱이 A사와 마을 이장 모두 노인회관 사용 사실을 인정했지만, 가평군 담당부서는 본보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노인회관 내부에는 컴퓨터와 프린터 등 사무기기가 설치돼 있었고 각종 공사 관련 서류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단순히 일시적인 회의나 업무공간으로 사용한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건설현장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을회관 제이에이치건설.jpg

승안2리 노인회관에 있는 A사 현장사무실 내부.[사진/정연수 기자]

 

A사 관계자는 본보에 “이장이 사용하라고 해서 한 달째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료는 회사 측에서 부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을 이장 김모씨도 A사에 노인회관을 내준 사실을 인정했다. 김씨는 “마을회의를 통해 무료로 사용하도록 했다”며 “무상으로 빌려준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해당 노인회관은 이장이나 마을 개인 소유가 아닌 가평군 공유재산이다.

 

따라서 마을회의 의결이나 이장의 승낙만으로 민간 건설업체에 공사 현장사무실 용도로 제공할 권한이 있는지, 별도의 공유재산 사용허가 등 적법한 행정절차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작 가평군 담당부서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가평군청 사회복지책과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그런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확인한 뒤 사실이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14개 공구 중 유일하게 노인회관을 현장사무실로 

 

A사가 맡은 승안천 2공구의 공사금액은 약 36억원, 공사기간은 2년이다. 본보가 앞서 확인한 가평군 하천 개선복구사업 14개 공구 가운데 다른 13개 공구는 컨테이너 등을 설치해 별도의 현장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2공구는 자체 현장사무실 없이 노인회관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십억원 규모의 장기 공사에서 현장사무실은 단순한 휴게공간이 아니다. 기술인력이 근무하면서 공정·품질·안전을 관리하고 각종 공사서류를 보관하며 발주처와 감리단, 시공사 간 업무협의가 이뤄지는 현장관리의 중심 공간이다.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36억원이나 들어가는 공사를 2년 동안 하면서 자기 현장사무실 하나 마련하지 않고 노인들이 사용하는 회관을 무료로 사용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직영’이라는데…현장운영 의문 또 불거져 

 

이번 노인회관 사용 문제는 A사의 실제 현장운영을 둘러싼 기존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본보는 앞서 A사가 승안천 2공구를 ‘직영’으로 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누가 인력과 장비를 움직이고 자재와 공사비를 관리하며 현장을 지휘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현장대리인으로 등록됐던 L씨는 A사 ‘부천지사 상무’라는 직함을 사용했지만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L씨 명함에 적힌 부천지사를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주소지는 오피스텔이었다. 해당 호실 출입문에는 A사 또는 부천지사임을 확인할 수 있는 상호 표시가 없었고 문은 잠겨 있었다.

부천지사1.jpg

명함에 있는 A사 부천지사.문은 굳게 잠겼고 상호도 없었다.[사진/ 정연수 기자]

 

우편함에는 다른 업체 명의의 우편물이 쌓여 있었으며, L씨 명함에 기재된 부천지사 전화·팩스번호는 화성 본사의 번호와 동일했다. 이 같은 정황만으로 부천지사가 실제 운영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승안2공구1.png

 

다만 36억원 규모 공공공사의 현장대리인으로 등록된 인물이 해당 지사의 ‘상무’ 직함을 사용했던 만큼 L씨의 실제 고용관계와 지사 운영실태, 현장대리인 변경 이후 A사의 현장 지휘체계는 발주기관과 감리단이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여기에 별도의 현장사무실조차 마련하지 않고 공유재산인 노인회관을 한 달 가까이 사용해 온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A사의 현장운영 전반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군도 몰랐던 노인회관 사용…발주처·감리단은? 

 

문제는 A사와 마을 이장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36억원 규모 재해복구공사의 발주기관인 가평군과 공정·품질·안전 및 기술인 배치 등을 관리하는 감리단이 A사의 현장사무실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가평군 소유 노인회관이 한 달 가까이 민간 건설업체의 공사사무실로 사용되는 동안 재산관리 부서가 이를 몰랐다면 공유재산 관리체계 역시 점검 대상이다.

 

36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2년짜리 재해복구공사다. A사의 ‘직영’ 실체를 둘러싼 의문에 이어 현장사무실과 공유재산 사용 문제까지 불거진 만큼 가평군은 승안천 2공구의 실제 시공·현장운영 실태와 노인회관 사용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NGN뉴스 & www.ngnnews.net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자라섬 가을꽃 보러 ‘관광주민’ 몰렸다…디지털 관광주민증 부스 ‘긴 줄’
  • 공단 신임 이사장 8일째 ‘감감’…길어지는 결정에 지역사회 뒷말 '무성'
  • 박영선 도의원 “돌봄·AI·비상대비, 꼭 필요한 예산까지 줄여선 안 돼”
  • 36억 수해복구 맡고, 현장사무실은 ‘노인회관’…발주처·감리단은 알고 있었나
  • 자라섬을 제대로 만나는 ‘1.9㎞ 힐링로드'...가평역→출렁다리→황톳길→수변데크→보행교→중도→남도 꽃정원
  • 승안천 수해복구 1·2공구 왜 늦어지나…2공구 ‘직영’ 실체 의문
  • [끝까지 판다②] 수만 명 오는데…그 돈은 가평 어디에 떨어지나
  • [끝까지 판다①] 23년째 세금 먹는 자라섬재즈…언제까지 지원해야 하나
  • 늦어진 임추위 구성·공모 일정도 도마…서태원 군수 ‘자승자박’ 책임론
  • 김구태씨 공단 이사장 출마가 ‘화근’…탈락하고도 끝나지 않은 공정성 논란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36억 수해복구 맡고, 현장사무실은 ‘노인회관’…발주처·감리단은 알고 있었나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