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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직 덜 핀 꽃은 아쉬움보다 기다림으로 …자라섬 남도에 번진 가을빛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9.12 15:11
  • 조회수 2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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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홍 꽃물결과 북한강이 빚은 풍경…“멀리서 바라볼수록 더 아름다워”
-12일 자라섬 남도 가을꽃 페스타 개막…첫날부터 관람객 발길 

-가을이 깊어질수록 절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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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인간의 시간에 맞춰 피지 않는다. 개막일이 정해졌다고 서둘러 꽃망울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햇볕과 바람, 밤낮의 기온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뒤에야 비로소 제 빛깔을 세상에 내놓는다.

 

12일 개막한 ‘자라섬 남도 가을꽃 페스타’의 꽃들도 그랬다. 모든 꽃이 만개한 것은 아니었지만, 북한강을 품은 섬은 이미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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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남도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백일홍이 관람객을 맞았다. 붉고 분홍빛을 띤 꽃들이 바람에 일렁이며 기다란 꽃물결을 만들었다. 가까이에서는 한 송이 한 송이의 표정이 선명했고, 멀리서 바라보면 넓은 꽃밭 전체가 한 폭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자라섬 꽃밭은 멀리서 보아야 더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형형색색의 꽃과 북한강, 그 너머로 겹겹이 이어진 산줄기가 한 화면에 들어왔다. 꽃은 강과 산을 만나 비로소 자라섬만의 풍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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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첫날부터 남도 곳곳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족과 연인들은 꽃길을 천천히 걸었고, 저마다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사람들의 얼굴에도 꽃을 닮은 웃음이 번졌다.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는 투투네 가족(아래 사진)은 “북한강과 어우러진 자라섬 꽃밭이 너무 아름답다”며 “꽃이 활짝 피면 다시 한번 찾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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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가을 축제에 온 손님'투투네 가족'(안산시)

 

이날 한낮 기온은 20도 안팎이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꽃길을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관람객들은 서두르지 않고 꽃밭 사이를 거닐며 막 시작된 자라섬의 가을을 만끽했다.

 

행사장에는 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역 농산물과 전국 팔도의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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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는 7천원이다. 입장객에게 가평지역사랑상품권 5천원권을 돌려줘 실질적인 부담은 2천원인 셈이다. 관람객들은 받은 상품권으로 농산물과 먹거리를 구입했다. 꽃을 보러 온 발길이 지역 농가와 상인들의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아쉬움도 남았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인지 일부 꽃밭은 아직 꽃망울을 다 터뜨리지 못했다. 개막일에 맞춰 남도 전체가 화려한 꽃으로 뒤덮일 것이라 기대했던 방문객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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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덜 핀 꽃은 실패한 꽃이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절정을 품고 있는 꽃이다. 지금의 자라섬은 완성된 가을 풍경이라기보다, 하루하루 빛깔을 더해가는 과정에 가깝다. 오늘 피지 않은 꽃은 내일 피고, 이번 주에 다 열리지 않은 꽃밭은 가을이 깊어질수록 더욱 화려해질 것이다. 꽃은 사람이 억지로 피울 수 없다. 다만 기다려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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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첫날의 자라섬 남도는 가장 화려한 순간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대신 꽃이 피어나는 시간과 기다림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백일홍 너머로 북한강이 반짝이고, 꽃밭 위로 가을바람이 지나갔다. 자라섬의 가을은 이제 막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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