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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미군 빠져나가 쇠락한 동두천 광암동, 도시재생 활성화 되나

  • 양상현기자 기자
  • 입력 2020.11.04 18:04
  • 조회수 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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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두천 턱거리마을에 주민들이 박물관 조성해 도시재생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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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NGN뉴스]양상현 기자=경기 동두천시는 미군기지로 인해 흥망성쇠를 겪어 온 도시다. 1950년대 7200명이었던 동두천 인구는 미군기지와 기지촌 형성으로 1970년대 6만 명으로 10배가 늘었다.  

1966년 당시 전국의 기지촌에서 일하던 2만여 명의 여성 중, 6000명 이상이 동두천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동두천 경제활동인구 47%가 미군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했고, 28%는 장사를 했다. 그 가운데서도 캠프 케이시가 위치한 보산동과 캠프 호비가 위치한 광암동은 동두천 일대에서도 가장 번화한 기지촌이 형성된 동네였다. 

하지만 2004년 이라크 전쟁 당시, 동두천에 주둔하던 미군 병력의 50%가 빠져나갔고, 평택 미군기지 이전으로 병력이 분산돼 현재 미군 규모는 1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형성돼 온 동두천 일대 상권은 자연스레 몰락의 길을 걸었다. 

동두천시의 2019년 재정자립도는 12.7%로, 경기도 평균인 40%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실업률은 5.1%로 전국 75개 시 중 6번째로 높다.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2004년 7771명에서 2017년 1만 7011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 기준 동두천시 인구의 18.4%가 노인이며, 평균연령은 43.7세로 경기도 평균보다 3.4세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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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양극화도 진행됐다. 지행동을 중심으로 아파트촌이 조성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주민들은 신시가지로 거쳐를 옮겼다. 쇠락한 옛 시가지에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다.  
 
동두천에서 문화운동을 하고 있는 이경렬 활동가는 "지행동과 다른 동네 사이의 경제적 격차가 매우 크며,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경제적, 문화적인 고립을 겪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군 없이는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한 기생적인 도시였던 동두천 일대에서 상점들이 사라지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광암동은 동두천 외곽에 위치한 아주 작은 마을이다. 지금은 마치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하는 매우 조용한 마을이다. 이곳에 마을박물관이 만들어지면서 전에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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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중심가에 위치한 턱거리사람들 협동조합의 활동 공간인 "우리동네 놀이터"에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란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것 때문인지 이제 마을 사람들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란 말을 낯설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궁금증을 갖고 질문한다.  

"박물관이란 뜻은 이해되는데,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니...", 우리 마을 자체가 박물관이 돼야 한다는 설명에 이해를 하게 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턱거리마을의 형성 과정과 이 마을에서 벌어졌던 역사가 매우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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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지붕 없는 박물관 기획단장에 따르면 마을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 미군기지 캠프 호비의 정문이 위치한 곳, 예전에는 동두천의 그 어느 곳보다도 더 많이 호황을 누렸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의 발길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곳인 죽은 상점들이 늘어선 골목 입구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의 제1호점이 되는 턱거리 마을박물관을 만드는 망치소리와 드릴 소리에 숨어있던 주민들인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나다니는 사림이 없는 줄 알았는데, 다시금 턱거리마을의 명소가 되려는 듯이 사라진 발길들이 하나둘씩 되살아난다. 한 평생 근처에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어르신 한 분은 말한다, "이제 좀 사람 구경 할 수 있으려나!" 

마을박물관 1호점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곰팡이로 가득 찬 내부 벽면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을의 역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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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겹쳐 붙여진 벽지를 한 겹씩 떼어내니 1960, 70년대 클럽의 모습, 80년대의 모습, 그리고 90년대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은 역사였으나 보존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그 안타까움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대신했다.  

숨겨진 벽지를 통해 역사가 되살아나듯, 지나가며 한마디씩 던지는 이웃들의 증언을 통해 거리의 역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자리는 무엇을 하던 자리였는지,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는지. 미군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했었는지 등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과거의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턱거리마을의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의 배경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두천 지역사회가 어떠한 마음으로 결정을 한 것인지 동두천의 허파라 불리는 턱거리마을에 화력발전소를 세우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은 사분오열 갈라져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 그 갈등의 핵심에는 보상금 문제가 있었다. 결국 마을주민들의 주축 세력인 광암주민위원회에 의해 마을에 주어진 보상금은 세탁공장 건설로 귀결됐다.  

과거 주민들이 미군빨래를 하며 살았던 이유에서다. 캠프 호비 주변을 흐르는 개울은 물도 좋고 수량도 풍부해서 목욕을 하는 사람도 많았고, 미군을 상대로 빨래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주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마을기금은 고스란히 세탁공장 건설과 운영으로 소진되고 말았다. 그리고 주민들이 기대했던 꿈은 솜사탕이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현재 세탁공장은 운영상 큰 빚을 져 다른 기업에 위탁으로 넘어간 상태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나눔의집 활동가들과 지역아동센터 학부모들은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경제적인 접근보다는 문화적 접근을 통해 마을을 살려보자는 뜻을 모으고 작은 실천들을 행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 시작한 경기도 따복공동체 지원사업은 턱거리마을이 건강한 마을이 되도록 하는 기초체력을 회복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마을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여 자신들의 모습을 표출하는 데 적절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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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모여 벽화를 그려보고 직접 마을 기자가 되어 마을신문도 만들게 됐다. 봄철과 겨울철에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 가고 턱거리 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지난날의 기지촌 역사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마을 자체를 박물관으로 삼아 보자는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지붕 없는 박물관' 

2019년 시작한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은 지난 5년 동안 마을 안에서 활동하며 이뤄진 마을 주민조직들이 한데 뭉쳐 이뤄졌다. 턱거리사람들 협동조합, 터기리신문 편집위원회, 우리동네수다모임, 애향회, 동두천나눔의집, 사랑나무지역아동센터가 주축이 돼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  

지난해 2월 8일 각 모임의 대표 및 회원들이 협동조합 활동 공간을 가득 매웠다. 마을에 박물관을 만들고 달라질 마을 풍경을 그리며 사뭇 기분이 고조됐다. 이러한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턱거리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이 경기도 마을종합지원사업으로 채택됐다. 3월 29일 드디어 턱거리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 기획단을 발족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진행하고자 했던 활동 내용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마을주민들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봄철 노래자랑과 겨울철 음악회를 기획했다. 6월 1일에는 봄철 턱거리마을 노래자랑이 광암동 다목적회관 공터에서 진행됐다.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음식이 부족하다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와 함께 봄철 축제에는 노래자랑과 더불어 주민들이 생산한 물품을 가지고 나와서 팔 수 있는 장터도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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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거리마을을 방문하면 뭔가 특별한 턱거리마을만의 상품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만들고 싶은 의도에서 준비된 것이다. 축제 관계자는 "아쉬움은 남지만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주민들의 화합을 위한 소통의 도구로 삼기 위한 수단으로서 턱거리 마을신문도 만들었다. 2019년에는 봄철과 가을철 총 두 번에 걸쳐 발행했다. 

둘째는 더 많은 주민들이 마을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떠날 수 없는 사람들만 남은 마을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젊은 주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래서 '마을 창작교실'과 '생애사 기록사 및 마을해설사 양성교육'을 기획했다.  

지난해 6월 10일을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마을 창작교실이 운영됐다. 10여 명의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목탄으로 마을을 그리고 우드버닝으로 마을의 역사를 담아냈다.  그리고 6월 19일에는 생애사 수업이 시작됐다. 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주민들이 자신의 생애사를 써 봄으로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고 나눈다는 것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마을해설사 양성교육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진행할 계획이다. 

셋째는 10평 남짓 되는 공간의 작은 박물관을 만드는 일이었다. 당초 계획은 아주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었는데, 마을 주민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규모가 다소 커지게 됐다.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에코뮤지엄 사업과 연계된 것이다. 하여 박물관 조성기금이 좀 더 확보돼 계획보다 큰 규모의 공간을 찾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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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나눔의집이 운영하던 공부방에 다녔던 아이들이 지내던 집이 과거에는 클럽이었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어머니와 그 집 소유주를 접촉하게 됐다. 턱거리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집 소유주는 자신의 건물이 박물관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었다.  

7월 30일 주민 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박물관 조성에 따른 1차 준비 모임을 갖고, 8월 23일에는 집 주인을 포함해 주민 8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박물관 1호점 설립에 따른 주민설명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그리고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러한 박물관 조성사업 과정에서 한 가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게 됐다. 마을주민들이 모여 박물관 주변을 정리하고 꽃밭까지 만들게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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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박물관 1호점 공사가 완료되면 개관을 앞두고 마을을 살리기 위한 주민워크숍을 진행했다. 새롭게 조성된 박물관을 중심으로 지붕 없는 박물관의 모습을 하나씩 만들어 갈 미래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기 위한 주민워크숍이다.  

주민워크숍의 주제는 이렇다. 10월 30일에는 잡초요리사로 유명한 권포근 선생을 모시고 "잡초가 약초다. 잡초로 먹거리를 해결하다"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11월 6일에는 매향리에서 에코뮤지엄 사업을 진행한 이기일 작가를 모시고 "매향리 평화마을, 예술로 마을을 살린다"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11월 15일에는 가수 인디언 수니를 초빙해 "마을에 음악이 흐르게 하라. 음악이 흐르는 마을"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고, 같은 달 20일에는 건축가 곽재환 선생을 모시고 "집이 사람이다. 마을을 살리는 건축"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흔히들 박물관 하면 죽은 존재를 박제하여 전시해 놓은 곳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곳 동두천 주변부인 턱거리마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박물관은 살아있다. 죽어가던 역사를 오히려 살려내는 공간이 되고 있다. 낮은 자존감으로 숨죽이며 살아가던 주민들이 용기를 갖고 자신의 삶을 말하는 역사의 공간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가능성이 없단고 떠나가던 마을에서 이제는 역사를 배우겠다고 찾는 발걸음으로 생명력을 되찾는 마을이 될 것이라고 기대받고 있다. 

동두천시 역시 캠프 호비 부지에 육군사관학교를 유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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