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인가, 백 시장 나팔수인가", 발행인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6.1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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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법 위반 의혹을 광고 거래로 둔갑시키려는 시도로 해석

6.3 지방선거는 끝났다. 하지만 포천시내 곳곳에는 선거법.정치자금법위반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개제되어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권력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됐다면 그것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백영현 포천시장 후보 측근으로 알려진 최모 씨가 지역 언론사 기자에게 현금 100만 원을 전달한 사건과 관련해, 공익신고 이후 이를 "광고비"로 꾸며 사건을 덮으려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본보가 확보한 13분 분량의 통화 녹음에는 포천지역 한 언론사 발행인이 공익신고를 한 기자에게 반복적으로 "배너 광고를 달면 되지 않느냐", "지금이라도 광고를 게재하면 된다"며 현금 전달 사실을 광고 계약으로 정리할 것을 권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익신고 기자는 통화에서 "광고를 받은 것이 아니라 돈을 받은 것이고, 이미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진과 함께 신고했다"고 여러 차례 설명한다. 그러나 발행인은 "배너 달았어? 안 달았어? 못 달았으면 지금이라도 달면 된다", "휴일도 지났는데 그 정도는 광고로 처리하면 된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하며 사건의 성격 자체를 바꾸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조언의 수준을 넘어 공익신고 내용을 축소하거나 선거법 위반 의혹을 광고 거래로 둔갑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녹취록 속 발언이다. "광고 좀 받았다고 자랑하려다가 일이 커졌다." "선거판에서는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 아니냐."
"왜 기자들까지 다 쓰레기가 되느냐." 이 같은 발언은 정치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관계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식을 드러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권력을 감시하고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녹취에서 드러난 모습은 사실을 밝히려는 공익신고 기자를 설득해 사건을 광고비로 포장하려는 모습이었다. 현금 전달 사실을 광고비로 조작하라는 제안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본지는 18일 해당 발행인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발행인은 "모르겠어요. 무슨 이야기인지 기억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기자가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나는 것이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냐"라고 재차 묻자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했다.
또 공익신고 기자와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광고비로 받았다고 하고 배너를 달라고 말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본보가 확보한 13분 녹음에는 해당 발언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사건을 광고 거래로 정리하려는 취지의 대화가 이어진다.
지역 언론계에서는 "현금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데, 광고비로 포장해 사건을 덮으려 했다면 이는 언론윤리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더욱이 해당 언론사는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와 관련해 특정 후보 측근에게 전화번호를 사전에 알려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
지역 언론은 권력의 홍보실이 아니다. 비판해야 할 대상을 대신 변호하고, 공익신고를 무마하려 하고,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위해 사실관계를 바꾸려 한다면 시민은 더 이상 그 언론을 신뢰할 수 없다.
지역 언론은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 권력의 나팔수가 아니라 진실의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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