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 농장 주인 '포도즙 판매' 나서... "도움의 맛으로 함께 극복하자"
경기 포천시 내촌면의 한 포도농가. 지난 7월 극한호우로 집채만 한 물이 들이닥치면서 농장 전체가 물에 잠겼다. 포도송이가 익어 가던 계절, 농민은 수확을 앞두고 절망에 빠졌다.
"포도가 물을 먹었으니 생과일로는 팔기 힘들겠죠. 하지만 그대로 버릴 수는 없어요." 피해 농가 주인의 말처럼, 재해는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생계의 뿌리를 흔든다. 이런 가운데 지역 사회가 나섰다. 사과 농장 주인이 포도즙 판매에 동참하고, 기자들의 아이디어가 더 넓은 도움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포천 지역을 강타한 폭우는 내촌면의 포도농가에 치명타를 안겼다. 특히 한 농가에서는 농장 전체가 입구부터 위쪽까지 물에 잠겨, 포도 열매가 제대로 익지 못했다.
가산농협 김창길 조합장은 "예상 수확량이 300박스 정도 됩니다. 한 박스에 50개, 각 130g짜리 포도즙으로 가공하면 6.5kg쯤 될 텐데, 작년 판매가로 치면 박스당 3만5천 원 정도예요. 총 1천만 원 넘는 피해죠"라고 설명했다.
물에 잠긴 포도는 외관상 문제가 있어 생과일로는 유통이 어렵지만, 즙으로 가공하면 여전히 가치를 지닌다. 문제는 판로. 농민들은 복구 작업에 매달리느라 판매망을 챙길 여력이 없다.
이런 상황을 접한 박동민 기자(사진 우측)가 움직였다. 그는 포천의 유명 사과 농장 '사과 깡패' 신정현 대표에게 연락했다. "사과 파는 데서 포도즙을 팔아보는 건 어떨까요? 피해 농가를 도울 수 있잖아요."
신 대표는 망설이지 않았다. "포도가 정말 맛있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해보죠." 실제로 신 대표는 SNS에 포도즙 판매 계획을 올리며 "지역이 어려울 때 함께해야죠"라고 적었다.
이 제안은 하루 만에 실행으로 옮겨졌다. 박 기자는 "신 대표가 사과 판매로 바쁜데도 포도즙까지 챙겨준다는 게 대단해요. 이건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지역 연대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박 기자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포천시 보장협의체 박동화 민간위원장에게 "가을 사업에서 피해 농가 포도를 구매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면 어떨까"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한 포천시 기업인회와 축제 주최 측에도 "추석 선물이나 행운권 추첨 상품으로 피해 농가 포도를 활용하자"고 권유했다.
김창길 조합장은 이 아이디어를 듣고 "피해 농가를 구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시장과 협의해 보겠어요"라고 화답했다. 한탄강 페스타나 가을축제 같은 지역 행사에서도 포도즙을 판매하거나 경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 기자는 "포도즙 생산에 일주일 정도 걸리니 9월 초부터 본격화할 수 있어요. 포천에서 소진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움직임은 자연재해가 농촌 사회에 미치는 충격을 새삼 드러낸다. 포천처럼 농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 호우는 단기 피해가 아니라 장기 생계 위협으로 이어진다.
한 농민은 "복구는 했지만, 판로가 막히면 다 헛수고예요. 물에 잠긴 포도는 맛을 논할 게 아니라 도움의 상징"이라고 토로했다. 지역 사회의 연대는 이런 절박함을 공감으로 바꾸는 힘이다. 사과 농장 주인의 작은 결정이 300박스 포도즙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할 여지가 보인다.
포천시민들은 이미 비슷한 사례를 경험했다. 최근 아이스크림 무료 나눔 행사가 100만 원 규모로 확대된 것처럼, 선한 영향력이 퍼지면 변화는 빠르다. 신정현 대표의 포도즙 판매는 그 시작일 뿐. 문의는 사과깡패로 하면 된다. 이 기회가 포천 포도농가의 재기를 돕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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