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위험에도 '관광농원' 허가 남발
주민들 "더 많은 희생이 있어야 정신 차릴 건가?"

경기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의 울창했던 산림이 민둥산으로 변했다. 원인은 '관광농원' 허가를 악용한 편법 개발과 불법 난개발. 하지만 가평군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개발 허가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주민들은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관광농원' 허가 뒤에 숨은 편법과 불법
지난해 6월, 가평군은 청평면 호명리 산 21*번지 일대 약 1만여 평의 산림을 관광농원 용도로 허가했다. 공식적인 용도는 '딸기 체험장'과 '관상수 및 산림경영 개선'이었지만, 실상은 부동산 투기와 숙박업 등을 위한 편법 개발이었다.
현재 해당 지역은 급경사의 비탈면까지 중장비로 깎여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경사면과 불과 2~3m 거리에는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키즈 풀빌라'가 위치해 있어 대형 산사태 사고가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해 이곳에서 인부 한 명이 10여 미터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공사를 한 업자는 “산지관리법을 피하려고 관광농원 허가를 받았을 뿐, 실질적인 사업 목적은 따로 있다”고 실토했다. 주민들은 “허가 조건을 충족하는 척하며 사실상 불법 개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산사태 경고에도 추가 주택 허가 추진
더 큰 문제는 가평군이 이 일대에 추가적인 건축 허가를 고려 중이라는 점이다. 최근 가평군은 민원이 잇따르는 해당 지역에서 주택 4채의 신축 허가를 검토하고 있다. 허가 신청지는 산사태가 우려되는 경사면과 불과 20~30m 거리에 불과하다.
주민 A씨는 “4년 전 산유리에서 일가족 3명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그때도 비슷한 개발 방식이 문제였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셈이냐”고 분노했다.
실제로 2020년 8월, 가평군 청평면 산유리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이 매몰되며 일가족 3명이 숨졌다. 당시 사고가 난 지역은 '과수원' 허가를 받아 개발됐지만,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돼 재해를 초래한 것이었다. 현재 호명리 산 21*번지의 지형은 당시 사고 현장보다도 경사가 심하고 위험하다.
▣ 경찰 수사 착수… 공무원 금품 수수 의혹
경기북부경찰청은 최근 가평군 허가과를 압수수색했다. 개발 허가 과정에서 공무원이 특정 업체와 유착해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부서 내에서도 “어떤 담당자는 허가를 거부했지만, 다른 담당자는 승인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현재 해당 공무원 T씨는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 산사태 위험 지역, 보호 대책 전무
가평군은 전체 면적의 83%가 산지로, 산사태 위험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특히 고성리, 복장리, 사룡리 등에서도 관광농원·산림개선사업을 명분으로 한 무분별한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북부환경단체연합 관계자는 “해빙기나 장마철이 되면 산사태 위험이 급증할 텐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허가를 남발하는 것은 명백한 행정 실패”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평군 허가과 관계자는 “허가 신청이 요건을 충족하면 막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산사태 위험 지역에 대한 개발 제한 조례를 마련해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 산사태 방지 위한 조례 개정 시급
전문가들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 △경사면 50m 이내 주택 건축 금지 △주택과 50m 이내 임야 개발행위 제한 등의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가평군과 의회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호명리 주민들은 “산 21*번지의 개발 허가를 철회하고, 항구적인 산사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개발이 곧 발전이라는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관행을 반복할 것인가? 가평군의 안일한 행정이 또 다른 참사를 부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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