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단체 가입 필수 조항에 주민 반발…형평성 문제 제기

경기 포천시 신읍동 한 마을에서 치러진 이·통장 선거를 두고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거주했음에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마을 자치규약이 논란이 되면서, 기존 운영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정 단체 가입해야만 선거권 행사 가능
현재 신읍동 X통 마을회는 이·통장 선거의 투표권을 부여하는 기준으로 △6개월 이상 거주 요건과 함께 △노인회, 부녀회, 자치회, 게이트볼회 등 특정 단체 가입 여부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1가구 1표 원칙을 적용해 세대원 수와 관계없이 가구당 한 표만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으로 인해 마을 주민 상당수가 투표권에서 배제됐다. 신읍동 X통에는 약 3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지만, 선거권을 가진 가구는 70여 곳에 불과했다. 실제 투표에 참여한 가구는 50여 곳으로, 전체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주민은 “수십 년을 살아도 특정 단체에 가입하지 않으면 선거권이 없다”며 “사실상 일부 주민을 배제하는 방식”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오랜 기간 거주했음에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민이 3~4명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 규약 유지했을 뿐" vs. "주민 동의 없이 만들어진 규약"
논란이 확산되자 A통장은 “노인회·게이트볼회 등을 정회원으로 한정한 것은 과거 마을 대동회에서 정한 방식이며, 2018년 1월 당시 동의서 없이 참석한 40여 명이 합의해 규약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마을 내 빌라 거주민들은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거 참여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주민은 “규약을 만들 때 동의서도 받지 않고 진행했다면, 지금 선거권을 갖지 못한 주민들은 그 과정을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 규약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 운영에서 중요한 사항인데, 주민 대다수의 의견을 묻지 않고 정했다면 선거의 정당성도 문제가 된다”며 “규약 동의 과정이 불분명하다면 선거 자체가 무효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른 마을과의 비교…형평성 논란 커져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신읍동 X통의 선거권 기준은 더욱 논란이 된다.
창수면 추동3리의 경우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마을 내에 있고 실제 거주하는 세대라면 누구나 마을회의 회원이 될 수 있으며, 입회금 50만 원을 납부하면 마을총회에서 의결권과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추동3리는 선거권 행사에 있어 추가적인 단체 가입 요건을 두지 않는다. 마을 회비 납부 및 규약 준수를 전제로 기본적으로 모든 주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신읍동 X통은 특정 단체 가입을 필수 요건으로 두면서 일부 주민이 선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현 통장의 재임을 위한 방침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포천시 “자치규약 강제 불가…선거 관리 매뉴얼 배포”
이·통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포천시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천시 관계자는 “이·통장 선거는 마을 자치규약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시에서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며 “각 마을이 자치규약을 따로 보유하고 있어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통장 선거관리 매뉴얼을 배포해 선거가 보다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제도 개선 요구 커질 듯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신읍동 X통뿐만 아니라 포천시 내 다른 마을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자치규약을 개정해 선거권을 보다 포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방식이라면 일부 주민들만 마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포천시 곳곳에서 이·통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마을 내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통장 선거 논란이 던지는 질문
투표권 없는 주민들, 마을 민주주의는 어디에
마을에서 선거가 열린다. 이·통장을 뽑는 선거다. 그런데 이상하다. 수십 년을 산 주민이 투표를 하지 못한다. 특정 단체에 가입해야만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우리는 왜 제외됐나?"
포천시 신읍동 X통에서 벌어진 이·통장 선거 논란은 단순한 마을 내부의 갈등이 아니다. 이는 마을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누구를 위한 선거인가
선거는 기본적으로 공동체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신읍동 X통의 선거는 일부 주민에게만 문이 열려 있었다. 특정 단체에 가입해야만 투표권이 주어졌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은 배제됐다.
이런 방식은 '대표성'의 원칙을 훼손한다. 마을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면, 당연히 그들의 의견도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누가 마을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특정 집단에 의해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투표권을 잃은 주민들은 스스로를 '이방인'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 마을 관계자들은 "오래된 관행"이라거나 "주민들이 동의한 규칙"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동의 없이 정해진 규칙이 어떻게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이렇게 해왔으니까"라는 논리는 변화의 필요성을 외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뿐이다.
▣공동체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마을 운영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단체가 아니라 전체 주민이다. 오랜 세월을 살며 마을을 일군 사람도, 새롭게 정착해 삶의 터전을 만든 사람도 모두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보듯, 일부 마을에서는 여전히 주민을 '참여할 수 있는 사람'과 '참여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나누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가 자연스럽게 기존 권력의 연장을 돕는다는 점이다. 투표권이 제한될수록 변화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특정 집단이 이·통장을 뽑고, 다시 그 이·통장이 특정 집단의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가 반복되면, 마을 운영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이·통장 선거는 작은 일이 아니다. 마을의 크고 작은 정책이 이·통장을 통해 결정된다. 예산이 어디에 쓰일지, 도로 하나를 새로 낼지 말지가 이·통장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중요한 자리라면, 당연히 모든 주민이 선출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더 열린 마을을 위하여
이·통장 선거 논란은 우리에게 '마을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민주주의는 특정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신읍동 X통의 사례는 단지 한 마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가?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참여할 수 있는 회의, 소수의 사람들만이 결정권을 쥔 공동체 운영 방식. 이런 모습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투표권 없는 주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을이든, 사회든, 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신읍동 X통의 논란이 단순한 갈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기회에 더 열린 마을을 위한 변화가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BEST 뉴스
-
[직격인터뷰] 포천에 집 두고 가평 모텔살이…연제창은 왜 ‘한 달 살기’를 택했나
-민주당 포천·가평지역위원장 취임 후 가평읍·청평·설악·조종서 일주일씩 생활 -“잠깐 방문해 명함만 돌려서는 가평의 소외감과 절박함 이해할 수 없어” -“특정 정당만 지지하기보다 잘하면 기회 주고 못하면 바꾸는 영리한 선택 필요” 가평군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공유... -
[집중취재|물 위에 세운 파크골프장③] 표준도 없이 ‘90홀·100홀’ 경쟁…이제는 많이보다 안전하게
-정부, 입지·법적 절차·안전·홀 거리 담은 국가 표준모델 연구 -가평 대성리 생활권 90홀·의정부 장기적으로 100홀 확충 추진 -포천·연천도 전국대회와 관광객 유치 경쟁…이용객은 무한하지 않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파크골프장을 조성한 뒤에야 정부가 국가 표준모... -
재임 5년차에도 ‘기자회견’ 회피한 서태원…포천 9회·연천 11회와 대조
-단체장 침묵과 지역 언론의 ‘보도자료 받아쓰기’가 만든 검증 공백 서태원 군수가 "군민 숙원사업"이라고 말한 "군립의원 건립"...당초 9월 착공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왜 늦어지고 있는 지에 대한 설명'없이 '업무협약=MOU'한 결과만 말하고 있다.[출처/가평군 제공] 경기 가평군 서태원 군수가 2022년 ... -
[집중취재|물 위에 세운 파크골프장②] 비 오면 잠기고 세금으로 복구…하천변 구장의 값비싼 청구서
본보는 가평군을 비롯한 경기북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파크골프장 건설 실태를 점검하고, 하천부지 침수 위험과 반복 복구비, 환경 훼손 및 중복투자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3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편집자 주- -토지매입비 줄였지만 침수·토사유입·잔디복구 비용은 별도-가평은 상류 집중호... -
[단독] 본보 보도한 포천시의원 ‘산악회 현금 찬조’ 의혹, 선관위 고발로 이어져
본보가 지난 7월 13일 단독 보도한 포천시의회 의원의 산악회 ‘현금 찬조금’ 의혹이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 고발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포천시의회 A 의원은 지역 산악회... -
연천 윤재구 의원은 왜 포천시 조직개편을 소환했나
-포천시의회 김현규 의원 지적과 분석 인용 -조직개편 필요성보다 ‘진단·비용·성과 검증’ 문제 제기 -공무원 출신 단체장의 관료적 조직 확대 경계 의미도 -연천군의회 향해 “집행부 개편안 냉철하게 심사해야” 연천군의회 외경[사진/정연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