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GN뉴스=남양주]황태영 기자=지난 15일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구속되면서 멈추었던 "움직이는 국가, 멈춰버린 국가" 기고문 송고가 다시 시작됐다.
조광한 시장이 구속되기 전 미리 작성해두었던 '잊을 수 없는 내 삶의 일곱 단어'가운데 5편과 6편을 변호사를 통해 송고했기 때문이다.
조광한 시장의 마지막 일곱 번째 서문은 옥중에서 탈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시장 변호인은 "시장께서 남양주시민을 위해 옥중임에도 출판을 미룰 수 없다"고 전했다.
조 시장은 당초 3월 1일 삼일절을 맞이해 "움직이는 국가, 멈춰버린 국가"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연기 되었다.
하지만 조광한 시장의 원고는 계획대로 출판될 예정이다.
다음은 조광한 시장의 기고 전문이다.
다섯 번째 서문 입니다.
잊을 수 없는 내 삶의 일곱 단어.
Thinking 1. 차별.
Thinking 2. 폭력.
Thinking 3. 약속.
Thinking 4. 파격.
Thinking 5. 통합.
갈라치기란 바둑 용어로, 넓게 펼쳐진 상대 진영의 중앙 부분에 돌을 놓아 좌우를 가름으로써 상대의 공격을 제한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최근에는 정치인들이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성별, 지역, 이념 등에 따라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 전략을 뜻하는 말로 자주 사용한다.
내 편 아니면 네 편으로 나누는 갈라치기는 차별과 분열로 국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화합과 통합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병폐로 우리사회가 수십 년째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인권운동가였던 넬슨 만델라(1918~2013) 대통령은 평생을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워서 사회통합을 이루어냈다.
그는 대학교 재학시절 친구가 부당하게 백인에게 모욕을 당하는 일을 목격하면서 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자각하게 되었고, 1944년 아프리카 민족회의 (ANC: African National Congress)에 가입하여 청년동맹을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흑인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 정책을 실시하였고, 1950년대에는 공공장소와 대중교통, 교육 시설, 주거지 등의 일상생활에서 강제로 흑백 인종분리 정책이 시행되었다.
1955년 넬슨 만델라는 인종 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자유헌장을 발표했다가 체포되었고 6년간의 수감생활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 와중에 1960년 3월, 샤프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일어났고 경찰의 총기난사로 69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비폭력 투쟁을 고수했던 넬슨 만델라가 폭력 투쟁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는 1961년에 국민의 창이라는 비밀 군대를 조직하여 투쟁을 벌였고, 1962년 국가반역죄로 체포되어 27년간 수감생활 하다가 1990년에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 후 1991년 7월, 그는 아프리카 민족회의의 의장으로 선출되어 흑인들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듬해인 1994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로 흑인이 참여하는 평등선거에서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마침내 아파르트헤이트를 종결하였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과거사 청산을 위해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었고, 인종차별의 진상은 규명하되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친 백인들은 사면해 주었다.
또한, 인종차별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들의 묘비를 세워 국가폭력의 역사가 잊혀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용서'를 통해 인종으로 분리되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화해의 나라'로 만들고 국민통합을 이루었다.
국민통합과 관련된 나의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이 출마하신 2002년 내가 단장으로 찬조연설단을 이끌 당시의 얘기다.
후보의 지지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때에 나는 자발적으로 대선 캠프에 들어갔다. 누가 뭐라 해도 노무현후보가 정약용 선생의 민본사상과 국민통합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를 돕는 것이 망국적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했다.
선거가 임박했을 무렵 찬조연설 방송이 잡혔다.
찬조연설은 후보의 이미지와 부동표를 흡수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다.
그때 생각한 곳이 부산의 자갈치시장이었다.
당시 많은 호남 사람들이 일을 찾아 부산으로 이주했었고 서민의 삶이 녹아 있는 시장이란 장소의 상징성이 있어서 영호남 화합과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표현하는데 최적이라 생각했다.
나는 후배였던 영화감독 허경진을 자갈치시장으로 보냈고 그는 이틀 동안 자갈치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마침내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 한 분을 찾아냈는데 그 분이 바로 이일순씨였다.
찬조연설단의 최종결정권자였던 나는 이일순씨를 '자갈치아지매'라는 이름으로 가장 먼저 TV에 출연시켰다.
12월 4일 저녁 6시 40분.
평범한 50대 후반의 자갈치 상인이 시장에서 장사하던 차림 그대로 TV에 나와 이야기하듯 연설을 시작하자 단박에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 잡았다.
노무현 후보가 영남사람이라고 해도 당시 부산에서 호남에 뿌리를 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커밍아웃을 하는 것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온갖 비난과 조롱이 불 보듯 했다.
그런 상황에서 담담한 경상도 사투리에 진정성을 담아 낸 진짜 서민 자갈치아지매의 메시지는 파격적이고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의 관심과 반향은 매우 컸다. 아니나 다를까 부산 바닥 민심의 상징인 자갈치 상인이 빨갱이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고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사투리 잘 쓰는 배우를 섭외했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방송이 끝나고 언론과 인터넷은 자갈치아지매 기사로 도배가 되었다.
시청률은 12.4%로 같은 시간대 드라마 시청률보다 높았다.
당시 한나라당 첫 찬조연설자 김문수 의원의 시청률 5.7%의 더블스코어였다.
한 언론사의 기자가 “한쪽은 유권자의 감성을 건드렸고, 다른 한쪽은 유권자의 이성을 마비시켰다.”라며 인상적인 평가를 남겼다.
이후 대선의 승기를 잡고 결국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직접 나에게 전화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자갈치아지매가 이렇게 큰 성과를 올린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일반 국민의 마음에 잠재되어 있던 통합에 대한 열망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분열은 정치가 만든 대립구도의 산물이고 국민은 그 희생양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화합과 통합을 바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던 것이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서민이 솔직하고 담담히 털어 놓았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인 것은 아닐까…
그 후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쉽게도 지역주의와 분열은 여전히 우리사회를 휘감고 있다.
또한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정치인들로 인해 우리사회는 위태위태한 모습이 더 커져 가고 있다.
화합과 통합의 염원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했던 국민들은 그 뒤로도 지속되어 온 갈라치기와 편 가르기에 염증을 느껴야 했다.
분열과 갈등은 나쁜 정치인들의 장사 밑천일 뿐 국민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통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역, 이념, 계층, 성별을 떠나 힘을 합쳐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고 사람 조광한의 염원이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염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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