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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장묘문화, 생태철학의 근원

  • NGN뉴스 정연수기자 기자
  • 입력 2021.04.02 11:42
  • 조회수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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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사진(이상용).jpg

 

[가평=NGN뉴스] [기고=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경영학박사]죽음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천박하지 않다고 한다. 삶의 종착역은 죽음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하는 사람은 삶에 대한 문화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지점에서 사후(死後)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면 장묘문화는 색다르게 인식된다.

 

인간에게는 삶과 죽음이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문화적 인식과 태도가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장묘문화란 ‘산 자가 죽은 자의 영혼을 축복하고, 죽은 자는 세상의 모든 허물을 벗어버린 채 이별을 고하는 마지막 통과의례’이다. 하지만, 남은 자에게 있어서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멈칫하지 않을 수 없다. 무욕(無慾)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끝없는 탐욕의 세계에서 서성거릴 것인가, 하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철학’이라는 문구를 조작적으로 정의해 보면, 장묘문화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사유(思惟)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사상과 이해와 논쟁이 끼어들 이유가 전혀 없다.

 

장묘공간은 죽은 자 보다는 산 자들의 정신을 치유하는 문화공간이다. 추모공원, 장사시설 등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상에 있는 공간이다. 죽은 자는 세상의 짐을 벗어 영혼의 자유를 찾아가고, 산 자는 정들었던 영혼을 떠나보내며 마음을 추스르는 사색의 장소인 것이다. 인간은 본래 태어날 때의 모습인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장묘공간은 자연친화적 생태철학을 구현한다. 삶과 죽음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듯 끊임없이 흐르는 물, 이별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는 푸른 자연숲, 잡념을 없애주는 바위와 흙 둔덕으로 조화를 이루고, 떠난 자를 기리는 이미지를 만들어 힐링공간으로 꾸미는 것이다. 수목림으로 구성된 장지는 단순하게 주검의 잔재를 산골(散骨)하거나 봉안하는 곳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종교•철학적 사유(思惟)의 공간으로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장묘문화가 발달한 서양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힐링관광 명소가 많다. 영국 런던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독일이 배출한 철학자 마르크스의 묘지가 있는데,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명소이다. ‘내 우물쭈물 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지도 그렇다. 스위스의 그란델발라트 묘지, 프랑스의 추억의 정원, 스웨덴의 회상의 숲,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장묘공원 등 세계적인 장묘관광지들은 상징적인 이름과 함께 추모 메모리얼 랜드마크를 설치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엄숙하고 경건하게 관람하고 있다. 그 중에서 스위스 그란델발라트 묘지는 경관이 아름다운 산악을 배경으로 조성되어 있다. 또한 지역 산악개발을 위해 순직한 기념비적 장묘공원 옆에 교회와 박물관이 고인의 영혼을 기억하고 달래주는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장묘관광지에는 ‘철학의 길’이 5㎞ 트레킹코스와 비스마르크 기둥, 경관조망 명소로 조성되어 있어 세계적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칸트, 헤겔, 괴테, 하이데거와 야스퍼스 등 하이델베르크가 배출한 당대의 철학자들이 즐겨 거닐던 산책로는 이곳을 찾는 이들의 관광객들의 정신을 치유하고 있다.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대상으로 하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은 관광레저학 영역에서 중요한 연구주제가 되고 있다. 다크투어리즘은 1996년 국제문화유산 연구저널에 처음 등장한 관광학술용어이다. 2000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칼레도니언 대학 맬컴 플리와 존 레넌 교수가 공동으로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저술을 발표하여 학계에 널리 알려졌다. 이후 블랙투어리즘(Black Tourism), 그리프투어리즘(Grief Tourism) 등으로 연구대상이 확장되었다. 죽음이나 슬픔 등 인생을 관조, 성찰하는 것과 관련된 문화는 고대 유적지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또는 ‘미이라’라는 영화에서는 망자의 유골을 친근감 있게 등장시켜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중국 전국시대 저명한 철학자 장자(莊子)는 아내가 죽은 후에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장자는 인간의 죽음을 원래 태어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행위라고 해석했다. 이를 찰기시(察其始)라고 한다. 죽음의 근원이나 본래의 바탕을 자세히 살피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장묘문화가 다르지만, 삶과 죽음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같은 연장선상에 두고 있음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는 대목이다.

 

다크투어리즘에 기반한 장묘문화공간 테마파크 조성은 충분한 연구를 통하여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문화적 대상 자체가 매우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과 지역주민,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건설적인 장묘문화에 대하여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껏 문화관광트렌드의 기본적 요소들로 인식되어 온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 등 일반적인 관광요소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엄숙하고 진지하게 체험하는 정신적 치유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크투어리즘이라는 관광레저학적 연구주제로서 ‘영적(靈的) 트랜스포메이션 힐링콘텐츠’를 미래지향적 장묘문화 발굴에 접목하여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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