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한컴)가 기업들의 ‘문서 규제 비용’을 줄이는 파격 전략을 내놓으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PDF 문서 접근성 기능을 무료로 공개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기업과 개발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한컴은 30일 PDF 문서에 ‘접근성 태그’를 자동으로 생성·삽입하는 인공지능(AI) 기능을 오픈소스로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 기능은 문서의 제목, 표, 목록, 이미지 등을 AI가 분석해 구조화한 뒤, 이를 PDF 파일 내부에 직접 기록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PDF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문서 형식이지만, 접근성 태그가 없는 경우가 많아 시각장애인 등이 내용을 읽기 어려웠다. 특히 화면 낭독 프로그램(스크린 리더)이 문서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장애인법(ADA)과 유럽 접근성법(EAA) 등 주요 국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과 공공기관의 대응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관련 규제는 2026년부터 본격 적용되며, 기업들은 대량의 문서를 ‘접근 가능한 PDF’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시장에서는 이 작업을 위해 클라우드 기반 API를 사용해야 했고, 일정 사용량을 넘으면 연간 수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 일부 프로그램은 무료 체험 단계에서도 워터마크가 붙거나 기능이 제한됐다.
반면 한컴이 공개한 오픈소스는 문서 처리 수량 제한이 없고, 기업 내부 서버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어 데이터 유출 우려도 없다. 또 파이썬, Node.js, 자바 등 다양한 개발 환경과 연동할 수 있어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컴은 이번 공개를 통해 단순 소프트웨어 판매를 넘어 ‘문서 AI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핵심 기능은 무료로 제공해 사용자 기반을 넓히고, 규제 대응이 필요한 기업에는 유료 솔루션을 판매하는 ‘오픈 코어’ 모델을 적용한다. 실제로 한컴은 2026년 2분기 중 국제 표준(PDF/UA)을 충족하는 상용 솔루션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규제 대응 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지환 한컴 CTO는 “그동안 PDF 접근성 시장은 비용 부담이 크고 도입이 어려웠다”며 “핵심 기능을 무료로 공개해 누구나 쉽게 접근성 전환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컴의 이번 전략이 ‘무료 배포→생태계 확대→유료 전환’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글로벌 IT 기업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규제 대응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계 관계자는 “접근성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 맞춰 무료 도구를 공개한 것은 상당히 공격적인 전략”이라며 “글로벌 표준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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