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는 용역까지 착수, 결정 미루면 접경·비접경 모두 아닌 ‘정책 사각지대’ 우려

가평군이 평화경제특구 지정을 위한 사전 절차에 착수했지만, 정부의 결단이 지연될 경우 또다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준비에 나섰지만, 중앙정부가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지역은 ‘대기 상태’에 묶인 채 소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평군은 9일 군청 제2청사에서 ‘평화경제특구 조성 방안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특구 지정에 대비한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보고회에는 서태원 가평군수를 비롯해 군 간부와 경기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군은 앞으로 12개월간 여건 분석과 타당성 검토, 세부 사업 구상 등을 통해 정부 설득 논리를 마련할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특구 지정 여부는 전적으로 중앙정부 판단에 달려 있다.
‘준비한 지역’이 오히려 불리해질 수도
문제는 정부의 정책 결정이 늦어질 경우 나타날 구조적 역설이다. 특구 지정이 지연되면 가평은 접경지역에 준하는 기대 효과도, 수도권 비접경 지역에 대한 별도 지원도 받지 못하는 ‘정책 회색지대’에 머물 수 있다.
평화경제특구 논의가 장기화될수록 지자체는 개발·투자 결정을 미루게 되고, 민간 기업 역시 정책 불확실성을 이유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준비에 나선 지역이 오히려 더 오래 정체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방향만 제시해도 지역은 속도를 낼 수 있는데, 결단이 없으면 지자체는 계속 대기 상태로 묶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화경제’ 말만 남고 지역은 빠질 수도
평화경제특구는 남북 관계 변화에 대비한 국가 전략으로 제시돼 왔지만, 실제 대상 지역과 추진 일정이 불명확한 상태가 지속되면 정책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가평처럼 수도권 규제와 자연보전 규제가 중첩된 지역은 중앙정부의 정책 선택에 따라 도약의 기회를 얻을 수도, 반대로 장기간 방치될 수도 있다. 정치적 판단이 미뤄질수록 지역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기 북동부권은 그동안 각종 국가 개발 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왔다는 인식이 강해, 평화경제특구마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지역 차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단 없는 정책, 책임은 결국 중앙에'
가평군은 용역 착수를 통해 정부가 요구해 온 절차적 준비에 들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국가 차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가 명확한 일정과 기준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평화경제특구는 또 하나의 선언적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관계자는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며 “이제는 정부가 정책 방향과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가평 사례가 향후 평화경제 정책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단이 늦어질수록 소외되는 것은 지역이고, 그 책임 역시 결국 중앙정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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