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철마다 우리는 지겨운 이분법을 목격한다. “환경 보존하다 굶어 죽는다”는 개발론자와 “개발하면 다 죽는다”는 보존론자의 싸움이다. 하지만 이 낡은 싸움은 이제 끝났다. 세계의 똑똑한 도시들은 이미 ‘생태’를 팔아 ‘경제’를 살찌우는 새로운 방정식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나무가 밥 먹여주냐”는 비아냥에 “그렇다, 나무가 밥도 먹여주고 연금도 준다”고 당당히 답하는 두 도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와 브라질의 쿠리치바가 그 증거다.
■ 태양을 파는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
독일 남서부, 흑림(Black Forest) 자락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는 인구 23만의 중소도시다. 우리 포천과 비슷하게 산림이 울창한 이곳은 세계적인 ‘환경 수도’, ‘태양 도시’로 불린다. 하지만 이 명성은 단순히 나무를 베지 않아서 얻은 것이 아니다.
프라이부르크는 일조량이 풍부하다는 기후적 특성을 ‘자산’으로 바꿨다. 1970년대 원전 반대 운동을 기점으로, 그들은 원자력 대신 태양광을 선택했다. 결과는 놀랍다. 태양광 건축가, 패널 제조 기술자, 환경 컨설턴트 등 ‘그린 잡(Green Job)’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보방(Vauban) 지구’의 주민들은 집집마다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쓰고, 남는 전기는 팔아 수익을 낸다.
이 도시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경제를 희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경 기술을 팔아 경제를 부흥시켰다. 매년 전 세계의 공무원과 전문가, 관광객들이 이 ‘마법’을 배우러 프라이부르크를 찾는다. 생태 자산이 곧 관광 상품이자 첨단 산업의 기반이 된 것이다.
■ 쓰레기가 버스표가 되는 도시, 브라질 쿠리치바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쿠리치바는 가난한 제3세계 도시도 생태적 상상력만 있으면 부유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1970년대, 급격한 인구 증가와 홍수, 쓰레기 문제로 신음하던 이 도시는 ‘지하철 건설’이라는 뻔한 토목 공사 대신 ‘꿈의 생태 도시’를 설계했다.
쿠리치바의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은 홍수가 잦은 저지대를 매립해 건물을 짓는 대신, 거대한 공원을 만들었다. 이 공원들은 평소에는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비가 오면 천연 저수지가 되어 홍수를 막았다. 콘크리트 운하 등 전통적인 홍수 방지 공사보다 약 5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수해를 막고 생태 자산을 확보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빈민가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가져오면 버스 토큰이나 식료품으로 바꿔주는 ‘녹색 교환(Green Exchange)’ 제도를 도입했다. 도시는 깨끗해졌고, 서민 경제는 살아났으며, 재활용 산업이 육성됐다. 쿠리치바의 1인당 녹지 면적은 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의 4배가 넘고, 통근 교통의 상당 부분(한때 약 70%)을 버스가 담당할 정도로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다. 지속가능 도시 모델로 주목받으며, 기업 입지 및 투자 매력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생태적 쾌적함이 곧 기업 유치의 무기가 된 것이다.
■ 포천의 숲은 ‘빈 땅’이 아니라 ‘금광’이다
다시 우리의 포천을 보자. 광릉수목원, 한탄강, 그리고 수려한 산림 자원. 우리는 프라이부르크나 쿠리치바 못지않은, 아니 더 훌륭한 ‘생태 자산’을 이미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보물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저 ‘개발 제한 구역’이라며 한숨을 쉬거나, 싹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지을 궁리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프라이부르크와 쿠리치바의 교훈은 명확하다. 생태 자산은 보존의 대상인 동시에, 가장 확실한 투자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숲을 활용한 탄소배출권 거래, 생태 관광 특구 지정, 바이오매스 에너지 산업 육성 등 포천의 숲은 캐내지 않은 금광이나 다름없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규제를 풀어 공장을 짓겠다”는 낡은 개발론자가 아니다. “우리의 숲과 강을 이용해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를 고민하는 생태 경제 전략가다.
프라이부르크의 태양과 쿠리치바의 공원이 그들을 먹여 살리듯, 포천의 생태 자산이 시민의 지갑을 채우는 미래. 그것은 꿈이 아니라, 리더의 상상력과 시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생태가 곧 경제다. 이것이 2026년 포천이 선택해야 할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BEST 뉴스
-
후보 3명 뽑고 다시 ‘감사’…가평시설공단 사태, 임명권자 책임은 없나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선임이 후보 3명까지 압축한 뒤 돌연 멈춰 섰다. 가평군이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는지 확인하라며 공단에 자체감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태원 가평군수 공단은 가평군 산하 지방공기업이고 이사장 최종 임명... -
군수도, 공직사회도, 지역주민도 모르는 가평 ‘공동화 위기’…3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8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군민의날'을 기념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3년 뒤로 다가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점검... -
[속보]가평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모 ‘중대 하자’…최종 후보 3명 뽑고도 원점으로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로 인해 원점에서 재검토될 상황에 놓였다. 이미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9명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 3명까지 선정한 상... -
심판 잘못 뽑아놓고 애먼 선수들만 피해…가평시설관리공단의 기막힌 사과문
가평군 시설관리공단 외경.[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공단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잘못된 위원회 구성에 대한 책임 소재와 지원자들의 피해 구제 방안은 명확하게 제시되... -
1,500번 겹친 입찰…가평군, 이제는 ‘입찰제한 여부’ 정식 조사하라
가평을 거점으로 앞에서는 언론사, 뒤로는 용역이란 이름으로 활동해 온 A·B사를 둘러싼 공공입찰 의혹은 더 이상 단순한 ‘업체 간 경쟁’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본보가 네 차례에 걸쳐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두 업체는 동일 건물·동일 층에 주소를 두고 부부와 자녀가 대표·감사 ... -
공사는 못하는데 감리단은 왜?…가평 수해복구 ‘52억 감리비’ 도마
135필지를 보상해야 하는 '십이탄천 재해 복구사업 현장'.[사진/정연수 기자] 공사할 땅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는데 시공사에 이어 수십억원대 건설사업감리단은 이미 현장에 들어와 있다. 가평군이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지역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14개 하천 개선복구 공사를 동시 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