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억 투자 '천년뱃길'은 유람선.수상택시 영업 무대로, 지역화폐는 관광 사업자 배만 불려

가평군이 6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조성한 '천년뱃길 자라섬 선착장'이 추석 연휴 기간, 본래 취지와는 달리 특정 유람선 업자들의 '황금 어장'으로 변질되면서 지역화폐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한 가평사랑상품권(G-PAY) 페이백 제도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아닌 유람선과 수상택시 결제에 집중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이 무색해졌다.
▣상품권, 전통시장 대신 선착장으로 '쏠림'
가평군은 '자라섬 꽃페스타' 입장료 7천 원 중 5천 원을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제도를 운영하며, 관광객의 소비를 전통시장과 농산물 매장으로 유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품권은 대다수 자라섬 선착장 일대로 몰렸다.
청평페리와 수상택시 업체들은 "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저렴하다"며 2만 원짜리 승선권을 1만 5천 원에 파는 등 상품권 결제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결국, 군이 지역 내 소비 순환을 위해 발행한 상품권이 시장 상인이나 농민이 아닌 특정 관광 사업자들의 매출 증대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상인 A씨는 "군이 만든 제도가 결과적으로 유람선 업자만 살찌우고, 잣고을 시장, 청평, 설악, 조종 지역 등지의 소상공인들은 외면당했다"며 "상품권이 장바구니가 아니라 배표로 쓰이는 것을 보면서 허탈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남도 농산물 판매장'만 호황, 외곽 상권은 '그림의 떡'
이번 상품권 특수의 최대 수혜처는 사실상 자라섬 남도에 위치한 농산물 판매장과 선착장 주변 관광 업종에 국한되었다. 관광객의 동선이 선착장 주변과 페스타장 인근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잣고을 시장을 비롯한 가평읍 소상공인들과 청평, 설악, 조종 등 외곽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는 이번 상품권 특수가 '그림의 떡'과 같았다.
가평읍의 한 상인은 "지역화폐의 목적은 지역 내 소비 순환인데, 특정 지역과 업종이 이익을 독점하면서 정책 효과가 왜곡됐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지역 화폐가 '관광객 동선 따라쓰기'에 그치면서 지역 경제 전체를 고르게 살리려는 본래 취지를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관리·감독 부재 논란... "법적 문제 없다"는 안일함
상황이 이러한데도 가평군의 대응은 안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평군 소상공인지원과는 "유람선 업체도 등록된 소상공인으로 분류되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호객행위 여부는 현장에서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수십억 원의 지방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의 관리·감독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상인회 관계자는 "지자체가 매년 수십억 원을 투입하는 만큼 가맹점 업종별 한도와 사용처 제한을 강화하는 등 허술한 관리를 막아야 한다"며, "관리가 허술하면 지방재정 누수와 상권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평사랑상품권이 지역경제의 효자로 남을지, 아니면 재정 누수와 상권 불균형의 통로로 전락할지는 가평군의 철저한 관리 의지와 제도 개선에 달려있다. 지금과 같이 특정 업종에 쏠림이 계속된다면, 가평군 대표 지역화폐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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