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군 의회는 이번 사안을 '구경'만 하고 있다.
가평군이 2025년 추경 예산을 확정하고도 일반회계 세입·세출 명세서를 공개하지 않은 사건은 단순 행정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지방재정법은 주민에게 예산과 결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개월간 명세서가 비공개 상태로 방치됐다면, 이는 법적 의무를 저버린 것일 뿐 아니라 주민 알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 행위다.
군은 “전산팀의 착오”라며 해명했지만, 이것이 진정한 원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은 행정의 심장부이자 권력의 실체다. 어느 사업에 얼마가 증액·삭감되었는지를 주민이 알 수 없게 만드는 순간, 행정은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어떤 항목을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행정 불투명성의 필연적 결과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안이 수개월간 방치됐다는 점이다. 예산 편성 후, 담당 부서도, 결재 라인도, 감사 기능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시스템 부재’ 그 자체를 드러낸다. 이쯤 되면 “전산 착오”라는 해명은 책임 회피로 들릴 뿐이다.
예산의 비공개는 곧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주민은 세금을 낸 주체이자 재정 운용의 감시자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가평군은 주민을 투명성의 바깥으로 밀어냈다. 이는 “행정은 주민 위에 군림한다”는 구태적 인식을 재확인시켜 준 꼴이다.
가평군은 더 이상 “실수”라는 말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누락된 자료를 뒤늦게 공개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떻게 재발을 막을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주민의 신뢰를 잃은 행정은 더 이상 행정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작은 ‘전산 오류’가 아니라, ‘무엇을 감추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가평군 행정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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