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북부=NGN 뉴스] 정연수 기자=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 송고되는 보도자료가 하루에도 수십여 건씩 들어온다.
송고된 보도 자료 가운데 일정기간 보류를 요구하는 것엔 “이 자료는 0월 0시까지 보도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있다.
언론사의 취재기자들이 출입처에서 흔히 듣는 요청인데 이를 엠바고(embargo)라 한다.
‘보도 시점 제한’을 뜻하는 엠바고는 국가이익이나 생명에 끼칠 수 있는 폐해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처음 도입됐으나,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는 비판도 있어 늘 논란이 대상이 되곤 한다.
엠바고는 뉴스 가치가 매우 높은 기사이면서도 전문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을 때 취재기자들과 취재원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시한부 보도 중지를 뜻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약속과 같은 것이다.
각 언론사 기자들이 출입하는 중앙부처일수록 엠바고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때론 엠바고를 메이저 언론사 골든 타임에 맞추기 위해 악용되는 사례도 없지 않다.
또한, 속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엠바고를 깨고 독단적으로 보도하는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이처럼 엠바고를 깨버린 해당 언론사와 기자는 출입 기자단으로부터 일정 기간 출입을 제한받는 등 일종의 징벌적 기준도 마련돼 있다.
취재를하다 보면 취재원으로부터 일정 시간 동안 보도를 유보해 줄 것을 요청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3일 홍준표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이인제 상임고문이 국민의 힘 최춘식 의원 가평 사무소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인제 상임고문은, 홍준표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80여 명의 가평지역 당원에게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최춘식 의원도 정치적 대 선배인 이인제 상임고문에게 최선을 다해 예우를 갖추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현장에는 본보 기자와 지역 언론사 한국 뉴스타임 기자도 함께 취재를 했다.
그런데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당직자 A 씨가 “보도를 하지 않았으면 고맙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진 않았으나, 홍준표, 윤석열 예비후보의 캠프를 의식하는 것을 직감했다. 홍준표 지지를 부탁한 이인제 상임고문의 발언만 보도하면 현직 국회의원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요청했다.
윤석열 예비후보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같은 날 똑같은 일이 포천에서도 있었다. 한광식 사무국장이 취재 기자들에게 가능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포천과 가평에서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은 취재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절 보도를 하지 않았다.
취재원과 묵시적으로 약속한 엠바고를 지켜준 것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취재하지 않았던 모 지방 언론사 기자가 귀동냥한 내용으로 소설에 가까운 보도를 해 최춘식 의원실 입장이 곤란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포천 최 의원 측에서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최 의원 측 당직자가 “홍준표 후보 지지 행사장에 가지 말라고 했다, 당직자가 그렇게 말한 것을 녹음했다”라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확대 재생산까지 하며 당원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기자는 독자와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취재원에게 질문하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엠바고 때문에 때론 자신과의 갈등을 빚기도 한다.
개인적인 부탁이 아니라 공익적 목적과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엠바고라면 아무리 특종을 쫓고, 단독에 목마르다 해도 지켜줘야 하는 것이 기자라는 직업의 윤리이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6조에도 “기자는 취재원이 요청하는 합리적인 보도보류시한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존중하여야 한다.” ①기자는 자의적인 상호협정으로 취재원이 원래 요청한 보도보류 시한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 ②보도보류시한은 한 언론사가 이를 지키지 않을 때는 그 시점부터 다른 언론사들도 지켜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에 약속이 있듯이 기자에게는 또 다른 약속 엠바고(embargo)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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