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멘터리 영화 12·3 그날이 제기한 문제는 새로운 사실이라기보다, 정치권이 무엇을 알고 있었고도 왜 멈추지 않았는가에 가깝다. 4일 일부 상영관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계엄 가능성이 공론의 경계 안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하며, 여야 정치권 모두가 책임의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영화는 12·3 계엄 선포 이전인 지난해 8월 무렵부터 ‘계엄’이라는 단어와 시나리오가 정치권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회자됐고, 이 과정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공유·기정사실화됐다는 문제 제기를 담고 있다. 특히 당시 김민석 의원의 공개 발언이 역공작 논란으로 번지면서, 결과적으로는 계엄 가능성을 오히려 정치적 의제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문제는 이후다. 영화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군 병력이 투입됐음에도 서버와 핵심 증거 확보에 실패한 대목을 비중 있게 다룬다. 개입 정황은 있었지만 실체 규명에는 실패한 국가 시스템, 그리고 그 공백을 메우려는 정치적 시도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묻는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국민의힘의 태도다. 영화는 보수 진영 내부에서 안철수·한동훈계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하며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정치적 흐름을 재구성하지만, 정작 당 차원의 공식적 성찰이나 문제 제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관람 이후 이어진 관객 반응에서도 “개별 의원의 선택은 있었지만, 당은 끝내 책임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영화 상영 이후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나 당 차원의 공식 입장 표명은 나오지 않았다. 계엄 가능성 논의가 당내에서 어떻게 공유됐는지, 군 병력 투입과 관련해 어떤 인지와 대응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 역시 부재한 상태다. 영화가 던진 질문이 야당뿐 아니라 집권 여당에도 향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의 반응은 사실상 침묵에 가깝다.
상영관 풍경은 이 침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관객 다수는 60대 이상으로, 과거 군사정권과 비상조치의 기억을 가진 세대였다. 이들은 영화 속 장면을 ‘폭로’가 아닌 ‘반복’으로 받아들였고,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과정이 얼마나 일상적인 선택의 누적으로 이뤄지는지를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20~30대 청년층은 상영관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영화는 끝내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누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그 사실을 알고도 왜 멈추지 않았는가”, “정치권은 어디까지 책임질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문제는 이 질문에 대해 정치권 전체가, 특히 집권 여당이 여전히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2·3 그날이 불편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계엄은 실패했고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그 과정에서 작동하지 않았던 경고 시스템과 정치적 책임 구조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영화는 과거를 기록하지만, 질문은 지금을 향해 있다. 정치가 그 질문을 외면하는 한, ‘그날’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시나리오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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