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군(군수 서태원)이 2028년까지 청평면 구 국군청평병원 부지에 지상 3층 규모의 공공의료기관 ‘군립의원(가칭)’을 건립하기로 확정하면서, 열악한 지역 의료 현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죽고 사는 문제가 먼저”라는 서태원 군수의 강한 의지가 담긴 이 사업은 총사업비 263억 원을 투입해 △24시간 응급의료 △미충족 6개 진료과 △감염병·재난 대응시설 △의료용 헬기장 등을 갖춘 가평군 최초의 실질적 지역의료센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군립의원 설립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현장의 데이터는 ‘절박’에 가깝다. 가평군의 의료환경은 주민 건강·안전뿐 아니라 관광·체류경제 유지에도 위협이 될 만큼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본보는 가평군 보건의료 실태와 군립의원 추진 상황을 종합해 이 사업의 시급성을 짚어본다.
인구는 늘었지만, 의료 환경은 ‘경기 최하위권’
가평군 인구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0.2%의 완만한 증가 추세다. 그러나 고령화 속도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65세 이상 비율:가평군 33%,전국 평균:19%, 경기도 평균:15.6%다.
반면 유소년·생산인구 비중은 낮아 전체 인구 구조가 ‘고령 의료취약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코로나19 이후 체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4년엔 연간 생활인구 100만 명 시대를 넘겼다. 관광 소비는 월 평균 1,098억 원에 달해 지역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의료안전망은 이 증가된 체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병상·장비·전문의 모두 부족… 응급환자 86% 외부로 전출
가평군 보건의료 환경을 보여주는 지표는 한마디로 ‘위험 수위’다.응급의료 시스템은 붕괴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가평군을 공식적으로 ‘응급의료 취약지’로 지정했다.
응급환자의 86.1%가 타지역 병원으로 이송하는 실정이다.이송 실태를 지역별로 보면 춘천 39.4%, 남양주 17.47%, 구리 8.45%, 서울 송파 6.20%로 의존한다.
응급센터 ‘골든타임’ 접근성도 전국 시군구 중 최저 수준이다. 응급실 30분 도착률은 타 시군 58.93% vs 가평군 13.18%다. 신생아 집중치료 접근성도 전국 61.91% vs 가평 36%이며, 분만 60분 내 접근률은 전국 62% vs 가평 13.28% 수준이다.
심지어 안과 응급환자 60분 내 병원 도착률은 0.31%, 전국 평균(46.34%)의 1/150 수준으로 사실상 접근 불능 상태다.
병상은 전국 대비 14% 부족,응급실은 34% 부족, MRI 1대, CT 2대, 투석기 13대 등에 불과하며 고령층 비중 대비 의료장비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입원환자의 88% ‘타지역 유출’되고 있다. 관내 입원은 11.79%에 불과하고,춘천·남양주 등 주변 도시로 88%가 빠져나간다. 군민 10명 중 9명이 입원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 구조다.
군민의 절대다수 “가장 필요한 시설은 병·의원”를 꼽는다. 2023년 가평군 사회조사 결과 거주지 선택 고려 요소 1위: 병원·문화센터(41.3%).향후 확충돼야 할 공공시설 1위: 의료시설(57.1%).지역 불만족 요소 1위: 의료시설 부족(51.0%).가장 필요한 시설: 의료시설(59.8%)로 조사됐다.각종 주민조사에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일관되게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주인구·체류객이 늘어도 ‘의료 불안’이 가평군의 미래 성장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이라는 의미다.
군립의원 건립이 필요한 ‘세 가지 이유’
가평군의 공공병원 설립은 단순한 지역 편의시설 확충 수준이 아니라, 지역 생존과 직결된 사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1) 고령사회에서 의료 접근성은 생명선이다.심혈관·뇌혈관·호흡기·당뇨 등 고령층 집중 질환은 ‘골든타임 치료’와 직결된다. 현재의 의료 공백은 사망률을 높일 뿐 아니라 만성질환자의 치료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2) 관광·체류경제를 지탱할 최소 안전망이다.생활·관광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응급의료 체계는 관광안전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위험 지역’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다.
3) 지역 내 의료 수요 자체가 이미 충분한 구조다.노인·장애인·만성질환자 비율이 매우 높고, 미충족 의료분야가 명확해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이 더 크다.
이처럼 가평군의 의료현실은 단순한 ‘불편’의 차원을 넘어 지역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고령화, 관광객 증가, 응급의료 공백, 의료 격차, 응급환자 전출률 86% 등등 모든 데이터는 하나의 결론을 가리킨다. 가평군은 지금, 군립의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재원 문제·의료진 수급·운영비 등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정주·체류·관광·안전·경제의 기반을 위해서라도 ‘죽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서태원 군수의 결단은 결국 가평군이 지속가능한 지역으로 남기 위한 최소 조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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