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의 수해 현장에 등장한 ‘서명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 포천시 내촌면 왕숙천 수해 현장을 찾았다. 계곡 범람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여전히 진흙과 토사 속에서 복구에 매달리는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주민들의 신음이 채 가시지도 않은 자리에서, 재난 대책이 아니라 철도 노선 청원 퍼포먼스가 펼쳐진 것이다.
◇ 재난 앞에서 개발 어젠다 꺼낸 정치적 ‘불편함’
이날 서명 전달식에는 여야 정치권과 지역 인사들이 자리했다. GTX-G는 포천에서 의정부, 건국대, 논현, 사당, 광명, 숭의역까지 연결되는 총연장 84km의 대형 철도 사업이다. 뜻있는 구상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타이밍과 맥락이다.
광복절의 수해 현장은, 집을 잃은 주민과 복구 인력의 땀이 얽힌 공간이다.
이 자리에서 가장 먼저 논의돼야 할 것은 원상복구가 아닌 개선복구, 사방댐·하천 정비, 특별재난지역 지원 사각지대 해소 같은 생존 대책이다.
그런데도 철도 노선 서명을 들이밀며 “빠른 착공”을 외친 것은, 주민들의 아픔을 정치적 ‘통로’로 전용하는 모습에 다름아니다.
◇ “쉽지 않은 사업”이라는 대표의 솔직함
정청래 대표는 “GTX-G는 쉽지 않은 사업”이라며 “국토부 소관 사안이며, 제 지역구 광역철도도 착공까지 15년 걸렸다”고 답했다. 사실상 단번에 결론을 내리기 힘든 초대형 SOC 사업임을 솔직히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 현장은 ‘서명 전달 퍼포먼스’의 무대가 될 자리가 아니었다. 피해 주민 앞에서 제기된 것은 기본적으로 지금 당장의 안전과 재난 체질 개선 문제여야 했다.
◇ “수해냐 철도냐”…주민들의 진짜 목소리는?
포천 시민들에게 GTX-G는 분명 숙원사업이다. 강남권까지 30~40분, 인천까지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해지는 교통 복지의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절박한 것은 “비만 오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현실이다. 산에서 쏟아진 유목과 토사, 범람한 물길이 언제 또 마을을 집어삼킬지 모르는 불안.
시민들이 진짜 듣고 싶었던 것은 “GTX-G 언제 착공하겠다”는 답변이 아니라,
- 왕숙천 전 구간 정비 언제 이뤄질 것인지
- 특별재난지역 누락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 내년 같은 수해 반복을 막기 위한 예산은 확보할 수 있는지였을 것이다.
이번 장면이 불편한 이유는 하나다. 재난은 정치적 이벤트의 무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민들은 안전을 호소했지만, 그 현장에선 개발 프로젝트가 끼어들었다.
지역정치권 일부가 재난의 현장을 ‘정책 제안식’으로 치환하는 순간, 시민들이 절박하게 요구한 본질적 목소리는 묻혔다.
포천 GTX-G 추진 자체는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서명 전달식의 자리는 수해 현장, 주민의 눈물 앞이 아니어야 했다. 국민이 지켜보는 것은 ‘언제 우리 삶이 안전해지나’이지 ‘언제 대형 철도 노선이 착공되나’가 아니다.
수해 현장은 개발 약속의 청원장이 아니라, 재난 체질 전환의 약속터여야 한다. 포천 내촌에서 놓친 것은 GTX-G의 속도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의 우선순위였다.
BEST 뉴스
-
[단독]성폭행 고소 되레 ‘무고’ 판단…경찰,가평군의원 A씨 검찰 송치
과거 한 남성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가평군의회 A 의원이 이번에는 무고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믿을 만한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A 의원에 대한 무고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의원은 지난 2021년 B씨... -
[직격인터뷰] 포천에 집 두고 가평 모텔살이…연제창은 왜 ‘한 달 살기’를 택했나
-민주당 포천·가평지역위원장 취임 후 가평읍·청평·설악·조종서 일주일씩 생활 -“잠깐 방문해 명함만 돌려서는 가평의 소외감과 절박함 이해할 수 없어” -“특정 정당만 지지하기보다 잘하면 기회 주고 못하면 바꾸는 영리한 선택 필요” 가평군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공유... -
[현장 르포] ‘경자유전’ 칼바람에 얼어붙은 농촌 부동산…가평 개발경제가 멈췄다
-설악면 외지인 소유 농지 ‘반값 매물’까지 등장했지만 거래 절벽 -중장비·주유소·철물점·식당으로 불황 확산…경기북부 농촌경제 ‘도미노 위기’ 경기 가평군 설악면의 농지. 이 땅은 서울에 거주하는 최 모씨가 세컨하우스를 짓기 위해 3년 전 매입했다. 그런데 농지 전수 조사가 시작되면서 매... -
행감 자료 25건 중 22건 두 초선이 요구…정말 필요한 자료인가
-박영희 14건·이오남 8건으로 전체 88% 차지.특정 필지·상인회장 선출·민간 스크린골프장까지…감사 목적 불분명한 자료도 -정당한 감시권이지만 범위·쟁점 없이 요구하면 행정력 낭비 가평군의회 외경[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의회가 오는 9월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집행부에 요구한 자료 25건 가운... -
“경기북부의 눈과 귀”…NGN뉴스 유튜브 구독자 6만 명 돌파
-55세 이상 시청자 82%…중장년층 신뢰받는 경기북부 대표 지역언론 자리매김 경기북부의 크고 작은 현장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 온 NGN뉴스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6만 명을 넘어섰다. 3년 전 새롭게 출발한 NGN뉴스 유튜브의 누적 조회수도 1천만 회에 육박했다. 단순 환산하면 국민 5명당 ... -
[단독] 본보 보도한 포천시의원 ‘산악회 현금 찬조’ 의혹, 선관위 고발로 이어져
본보가 지난 7월 13일 단독 보도한 포천시의회 의원의 산악회 ‘현금 찬조금’ 의혹이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 고발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포천시의회 A 의원은 지역 산악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