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GN뉴스=포천.가평]양상현 기자=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도적 프로크루스테스는 다른 도적과 달리 지나가는 나그네를 극진히 대접하고 잠자리까지 제공했다. 그는 자신의 방에 멋지고 매력적인 침대를 차려 놓고는 행인들을 유혹했는데, 유혹당한 사람들의 말로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침대에 손님을 눕힌 후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나 머리를 잘라 죽였다. 가히 역대급 악당으로 불리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잔인성도 문제지만 침대를 절대 기준으로 삼아서 사람을 침대에 맞추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데, 현재 국회에서는 쌀 가격과 생산량 등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놓고 여야가 공방 중이다.
민주당은 ‘남는 쌀 의무 매입’을 양곡관리법에 못을 박는 방법, 국민의힘은 정부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쌀 시장 격리’ 조치를 발동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같은 ‘시장격리 의무화’를 두고 국민의힘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임시방편을 법으로 강제한다고 비판하는 반면 민주당은 쌀값 폭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법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이것은 만약 쌀 초과 생산량이 2.9%라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4.9%만 하락한다면, 정부가 쌀 매입을 안 하겠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2.9%나 4.9% 등 수치상으로는 별반 차이 없지만, 이 정도면 시장에 커다란 충격이 오는 것은 비슷하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남는 쌀 의무 매입’을 양곡관리법에 못을 박는 방법보다는 정부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쌀 시장 격리’ 조치를 발동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쌀값 하락이 4.9%가 아니라 4%를 하더라도 가격조절이 안되면 시장격리를 더 시킨다든가, 농가에 충격을 덜 주게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 법안은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해야 쌀을 매입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4.9%면 쌀 매입을 안 해도 된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도 같다.
쌀 초과 생산량이 3% 미만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미만으로 하락한다면, 즉 기준미달 사태가 발생하면 농민들은 이래도 저래도 죽을 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대 120만톤까지도 남는 쌀 매입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고무줄 잣대'를 마냥 믿을 수만은 없다. 원리·원칙 없는 윤석열 정부의 헛발질을 한두 번만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편에는 관대하고 상대에게는 가혹한 검찰권력의 기소편의주의가 그렇고, 최정점 행정권력에 빌붙어 쓴소리 한 마디 못하는 야비한 정치집단이 그렇고, 자칭 정론직필을 내세우며 막상 자신의 이익 앞에 고개 숙이는 언론 또한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추수가 끝난 후, 우리 농민들이 침대에 눕는 시간이 슬픔과 두려움이 아닌, 기쁨과 감사로 채워지려면 어디에 눕든지 그것은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여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모든 것을 농민의 뜻에 맞춰야 한다.
늘 농민의 침대를 생각하자. 그렇게 하면 쌀 풍년에 대한 흥분과 교만도 가라앉을 것이며 쌀값 폭락이라는 현실에 대한 좌절도 슬픔과 분노도 위로받게 될 것이다. 어떤 침대인가 보다 어떤 법안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거기 농민들이 뜻이 함께 담겨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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